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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Oct 20. 2023

각자의 물욕

우붓 마켓 구경


숙소에 짐을 맡겨두곤 그랩을 불러 마켓으로 향했다. 첫 행선지는 사원과 스타벅스. 발리 컵이 있나 싶어 스타벅스를 갔으나, 딱히 마음에 드는 상품이 없어서 바로 붙어있는 사원으로 갔다. 인터넷에서 봤을 땐 무료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돈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줄을 서서 물어보니, 옷을 빌려 입는 값이라고 했다. 모두들 입구에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전통 옷인가? 싶어 1인당 약 3천 원의 입장료(+대여료)를 내곤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게 뭔가 게임 속 같고 웃겼다. 마치 단체관광객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옷을 입고 돌아다니며 도장 깨기 같은 기분으로 사진 스폿을 깨고 다니며 사진을 남겼다. 햇빛이 얼마나 뜨거운지, 조금만 걸어 다녀도 땀이 났다. 그래도 자꾸 웃음이 났다. 





 실컷 사진을 찍고선 사원을 나와 기념품 샵들을 둘러봤다. 우리가 사고 싶었던 건 자석과 병따개. 해외를 가면 무조건 자석을 구매한다. 모든 가게를 돌아다녀도 다 비슷비슷한 것들이어서 쉽게 고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나무손잡이 병따개를 하나 발견했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2만!” 이라 했다. 아르에게 물어봤을 때도 반은 깎아야 한다고 했고, 인터넷에서 본 글들도 일단 3분의 1로 깎아야 된다고 해서, 1만 2천을 제시했고 최종가로 1만 5천에 합의를 봤다. 1만 5천 루피아를 내밀었더니, 아니랜다. 15만 루피아를 달라는 것이다. 이 사람이 이야기한 건 한국돈으로 1만 5천 원이었다. 롸? 다른 집에서 기본 자석이 2천 원도 안 했는데, 병따개가 1만 5천 원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바로 돌아 나왔다. 그는 오늘 우리에게 물건을 팔았으면 장사를 접어도 될 법했다. 다음 날 만난 아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네? 2만? 그거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허허, 그저 웃지요. 마음만 상해서 결국 우린 정찰제 가게에서 쇼핑을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각자 원하던 쇼핑 목록이 있었기에 다들 부지런히 상점에 들어갔다. 일단 각자 회사에 돌릴 선물을 구매했다. 겉에 “발리”, “메이드 인 인도네시아” 가 적혀있는 선물하기 딱 좋은 바디스크럽을 샀다. 원화로 단돈 1,500원! 넷이서 20통 넘게 구입을 하곤 2통을 무료로 받았다.

 H는 발리에 오면 하나씩 다 산다는 쪼리 가게에서 가성비 좋은 쪼리를 샀고, 하와이안 셔츠를 구매하겠다고 다짐한 M도 결국엔 목표를 달성한다.

여행지에서 고양이 책을 기념으로 구입하곤 하는 나는 서점을 갔으나 마음에 드는 책은 발견하지 못했다.  티크나무 공예점에 들어갔더니 고양이 조각이 있었다. 가족들이 만드는 수제품이라 했다. 배를 까고 있는 검은 고양이 조각을 보니, 집에 있을 아이들이 보고 싶어 졌다. 검은 고양이 하나, 기도하는 고양이 하나를 흥정 끝에 1만 5천 원에 구입했다. 자석과 병따개는 아쉽게도 타이밍을 놓쳐 결국 구매하지 못했다.

 






늦은 체크인을 하고, 그랩으로 음식과 술을 주문했다.

한국에서 바리바리 챙겨 온 누룽지도 끓였다. 각자 고른 컵라면에 끓인 물을 붓고, 캔 김치도 두 캔 땄다. 여행 전 부지런히 들락날락 거리며 정보를 얻은 네이버 카페에서 사람들이 추천했던 맛집에서 배달시킨 바비큐도 도착했다. 만찬 준비는 끝났다. 이제 즐길 시간!

여행 내내 느꼈지만, 한국 보다 음식 물가가 많이 저렴했다.  넷이서 한 상 가득 시켜도 3만 원을 넘지 않았다. 미리 배달받아 냉장고에 시원하게 넣어놓은 빙땅 맥주에 행복해지는 밤이었다. 한국에서의 모든 고민거리와 업무들을 저 멀리 던져두고, 타국에서 걱정 없이 즐기는 이 해방감과 후련함의 맛에 계속 여행을 한다.


별 구경 하기 좋은 밤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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