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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Oct 20. 2023

드디어 우붓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



발리여행에서 내가 제일 기대한 곳은 우붓이다. 높게 자란 나무들과 푸른 숲, 넓게 펼쳐진 파란 논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색과 풍경으로 이루어진 도시로 떠나는 날이다. 벌써 일정의 반이 지났다.


 오늘도 제일 먼저 일어난 나는, 밤새 흘린 땀을 씻어내고 밖으로 나와 소파에서 멍을 때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제 모두에게 미리 아침을 주문받았다. 지갑을 챙겨 숙소 밖으로 나왔다. 여유로운 이 동네풍경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오늘도 반갑게 맞아주는 카페 고양이와 직원과 굿모닝 인사를 하며 메뉴판을 받아 들었다. 팬케이크, 시저샐러드와 에그베네디트를 하나씩 주문하고 커피도 네 잔 주문했다. 계산을 하고 테이블에 앉자, 감사하게도 오늘도 먼저 배달을 해주시겠다고 했다. 내가 바로 마실 커피만 먼저 달라고 얘기하곤, 기분이 좋아 배를 보이고 벌러덩 누워있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커피는 전달받고선, 오늘 우붓으로 떠나 오늘 여기 오는 게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곤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조용한 숙소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또다시 멍- 하게 있어본다. 곧 밝은 미소로 숙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유와 푸투와 인사했다. 아유가 아침으로 간단하게 먹을 것을 가져왔다. 찰밥과 코코넛떡, 한과와 비슷한 과자. 접시에 가득 담아 발리니즈 아침이라며 전해줬다. 아침부터 감사했다.




 하나 둘 일어나 바깥으로 모두들 나와 배달받은 아침과 아유가 가져다준 아침을 먹었다. 커피가 담긴 종이컵에 “내년에 또 만나요” “다음에 만나요”라고 적혀 있었다. 아, 정말 내년에 또 오고 싶어요.

 이 숙소에서 지내는 내내 다정하게 대해 준 그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정든 마음에 마스크팩을 선물했다. 휴가 기간이 짧은 것이 이리 아쉬울 수가.








우붓일정엔 가이드를 미리 예약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가이드로 그의 이름은 ‘아르’다. 약속한 시간 10시에 맞춰 우리 숙소 앞으로 온 그는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안녕하세요”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왔다. 우붓으로 이동하는 내내, 그간 여행하며 궁금했던 것들을 아르에게 물어봤고 그는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한국어로 설명을 듣다 보니 궁금해졌다. 그는 어떻게 한국어를 이렇게 잘하는 건지.  한국어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했다고 했다. 10년 정도 되었다고. ‘이모작, 삼모작’ ‘밀물 썰물’ 이런 단어는 어렵다고 이야기하길래, 깔깔 웃으며 외국인이 그런 단어를 아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이야기했더니, 손님으로 어르신들도 많이 오시기 때문이라 했다. 젊은 사람들과는 그런 이야기를 안 해도, 어르신들과 관광지를 다니면 질문하시는 게 그런 것 일 때가 있다고 했다.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 


 숙소로 향하며 이야기를 하다가, 추천 음식이 있냐고 했더니 “바비굴링”을 이야기했다. 우리도 마침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라고 했더니, 우붓 가는 길에 깨끗하고 괜찮은 바비굴링 식당이 있다고 해서 아점을 먹기로 했다. 식당에 도착하고 보니, 내가 구글 맵에 저장해 놨던 식당이었다. 우붓 숙소와는 거리가 조금 있어서 아쉽게도 못 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도 이렇게 기회가 되어 방문할 수 있었다.

 식당은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식물들에 둘러싸여 푸릇푸릇했다.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어, 식사를 하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



 제일 많이 먹는다는 기본 바비 짬뿌르를 주문했다. 돼지껍질은 바삭했고, 고기는 촉촉했다. 함께 나온 반찬들과 완자도 다 맛있었다. 고깃국에 들어있는 야채는 바나나줄기라고 했다. 식감이 아삭했고 국물은 닭곰탕 같은 맛이었다. 아침을 먹고 숙소를 출발해서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다들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다.





식사를 하고 20분을 더 이동해 리조트에 도착했다. 한국인 후기가 하나도 없어서, 예약을 하고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숙소가 사진과 똑같았다. “우붓, 우붓” 한 숙소였다. 나무에 걸린 주황색 꽃장식과, 버섯 같은 지붕의 숙소들과, 나뭇들로 둘러싸여 있는 수영장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리조트였지만, 처음 숙소와는 또 다른 분위기여서 좋았다. 체크인 시간이 3시여서 짐을 보관하고는 시내로 구경을 가기로 했다.


Amarea Resort, 규모는 작았으나 깨끗했다.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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