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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Oct 20. 2023

잊지 못할 첫 식사

발리 가정식을 맛보다


 9시에 체크인 겸 청소를 하러 온 호스트와 인사했다. 그녀의 이름은 아유. 대화하던 중 그녀가 말하길, 요청하면 인도네시아 음식을 해 준다고 했다. 오늘 일정을 되짚어 보고는 점심을 부탁했다. 치킨수프와 나시짬뿌르를 해 주기로 했다. 재료비는 우리 부담, 그 외의 팁은 “it’s up to you”. 


일어나자마자 물놀이를 한 탓에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물놀이 후엔 컵라면이 국룰 아닌가! 컵라면을 주섬주섬 가방에서 꺼내왔을 때, 아유와 푸투가 돌아왔기에 얌전히 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썬베드에 비치타월을 깔고 선선한 바람을 만끽했다. 챙겨 온 책을 펼쳤으나 집중이 되지 않았다. 눈을 감고 따뜻한 햇볕과 바람을 즐겼다. 고양이 메리도 의자에 올라가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주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언어와 웃음소리, 탁탁탁 칼질하는 소리. 한국에서의 모든 일을 뒤로하고 정말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식탁 위에 테이블매트가 깔리고, 하나 둘 차려지는 음식을 보고 있자니 입이 떡 벌어졌다. 한 시간 만에 어떻게 이렇게 음식을 차릴 수 있는지 보고 있으면서도 놀라웠다. 모든 음식이 처음 맛보는 음식이었다. 어느 것 하나 맛없는 것이 없었다. 발리에서의 첫 식사의 수준이 너무 높아 다른 음식 못 먹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하는 발리 가정식,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어느 것 하나 맛없는 것이 없었다







warung made in bali

식사 후엔 마사지를 받았고,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발리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식당도 아니었고, 순전히 숙소 근처에서 그나마 구글평점이 높은 곳을 고른 곳이었다.  구글 후기에 죄다 다 먹고 난 후 텅텅 빈 그릇 사진들을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길래 궁금했는데 우리도 설거지를 했다. 네명이서 1인 1메뉴, 빈땅맥주 4병, 포장음식 2가지까지해서 3만원이 되지 않았다. 또 오자고 몇 번이고 이야기 했는데 결국은 다시 가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유일하게 계속 이야기 하는 집. 



포장해 온 안주과 맥주를 먹으면서 첫 밤을 보냈다. 물 좋아파 인간들은 술 마시니 수영을 하고 싶다며 또 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대단하다.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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