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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Oct 20. 2023

쫄보의 서핑 도전기

무섭다 무서워 


대망의 서핑.

계속해서 말하지만 나는 물 무서워 파 인간이다.

물 좋아 파 세명과 함께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혼자라면 절대 절대 도전해 보지 않을 서핑이라는 걸 해 보게 된다. 미리 예약한 강습업체에서 숙소로 픽업을 왔고, 차를 타고 꾸따비치로 이동했다. 


(외국 맞는데) 진짜 외국 같아.




발리는 서퍼들의 성지다. 직접 눈으로 파도를 보니 그럴만했다. 물은 깊지 않으나 파도는 높았다. 셋은 그 파도를 보고 좋아했으나 나는 점점 더 걱정이 되었다. 눈썹이 팔자가 되고 미간 주름이 깊어졌다. 

 

우리를 가르쳐 준 강사는 오빠르라는 이름을 가진 웃음소리가 쾌활한 서퍼다. 땅 위에서 하는 준비 동작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물 위에서 란 말이다. 10분 정도 동작을 가르쳐 주더니 렛츠고 란다. 아니요 아직 전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나 수영 못해!"라고 말하자 오빠르와 로니가 웃음이 터졌다. 

괜찮아. 여긴 허리까지 밖에 안 와서 수영 못해.라고 하며 서핑보드를 들고 앞장서기 시작한다.

 노우! 헤이 가이즈, 잇츠 빅 웨이브! 



 완전 실전 바로 도전이다. 보드 위에 엎드려 파도를 몇 번 태워주고 뒤따라오는 파도를 보며 나를 밀어준다. 뒤에서 오빠르가 스탠업!이라고 외쳤는데 너무 세게 미는 거 아니에요? 난 그대로 물썰매를 타고 만다. 아주 빠른 속도로 물을 타고 해변 끝까지 나아간다. 그렇게 물썰매와 엉거주춤 일어섰다가 물에 빠지는 걸 한 시간을 반복하고 나자 쉬는 시간이다. 나 빼고는 모두 잘 일어서는 걸 보니 나도 한 번은 일어서 보자 싶었다. 쉬는 동안 다시 얼굴에 하얗게 선크림을 올리고선 코코넛 주스를 쫍쫍 흡입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서핑 아니고 물썰매 



 

 돈 패닉. 잇츠 오케이. 디스 이즈 낫 빅 웨이브.

 계속해서 나를 격려해 주며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해주는 오빠르. 나도 한 번은 일어나서 그와 동행들의 응원에 부응하고 싶었다. 원에 플랭크자세, 투에 오른발, 쓰리에 왼발! 이번에는 일어나 보자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오빠르가 밀어주는 보드의 속도에 움찔하며 순간 또 겁을 먹는다. 아 나도 일어나고 싶은데 말이다.


그렇게 수십 번의 마인드컨트롤 끝에 엉거주춤. 어, 어엇? 일 어 났 다! 빠른 속도에 당황하다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또 반복에 반복. 2시간 강습동안 일어 난 건 세 번뿐이었지만, 일어났다는 게 스스로 기특했다. (나에겐) 아주 큰 일을 해낸 것이다. 녹초가 되어 파라솔 쪽으로 걸어가면서 다음에 발리에 다시와도 서핑은 재도전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셋은 재밌다고 난리인데,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전혀 즐길 수 없었다.


 다음 날 받은 사진엔 아쉽게도 일어난 사진은 한 장도 없이 물썰매 타는 사진만 있었지만, 아주 즐거워 보였다. 진짜 진짜 무서웠는데 말이다.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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