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풀 Oct 20. 2023

폭포와 기립성 저혈압


2시간의 물놀이와 맥주로 인해 우리는 금세 노곤해졌다. 아르가 준비한 “폭포투어”를 위해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모두가 꾸벅꾸벅 조는 사이, 창 밖으로 비가 내렸다. 타닥거리는 빗소리에 점점 더 몸이 시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 40분쯤 이동했을까, 또 차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관광지에 왔다는 뜻이다. 폭포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교통정리를 하는 분이 잠깐 멈춤 신호를 보내왔다. 차가 멈춰, 앞을 바라보자 아주 큰 대형버스가 코너를 돌아 나오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모두가 붙어 이리저리 수신호를 보냈지만 결국 그 차는 그 골목의 슬레이트 지붕을 밀고 부수면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대형 버스를 보내고 골목을 돌아 들어놨던니, 아니 웬걸. 대형버스가 한 대 더 있는 것 아닌가. 저 차도 고생하겠네, 하며 우린 안으로 이동했다. 골목이 좁은 편이라 아슬아슬하게 들어갔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티켓을 끊었다.  입장했다는 표시로 손등에 도장을 찍어줬다. 폭포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 상점들이 있었다. 어제 못 산 자석을 나오는 길에 사려고 했는데, 들어가면서 샀어야 했다.






 폭포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멋있었다. 수영장이 딸린 카페와 숲에 둘러싸인 폭포의 절경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포토스폿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사진과 동영상을 남겼다. 아르가 동영상을 찍어 줬는데, 카메라 무빙이 프로페셔널했다. 인물과 풍경을 모두 멋있게 담아줬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사진을 찍는 게 취미라던 아르는, 가지고 온 본인 카메라로도 우리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주었다.

 폭포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의 수가 너무 많았다. 중간중간에 포토 스폿이 있어서 사진 찍어가며 천천히 내려갔다. 아르는 우리에게 사진 찍기 좋은 지점들을 알려줬고, 관광객답게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폭포 구경을 마치고 돌아 나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올라가다가, 얼른 올라가고 싶어 속도를 조금 냈던 게 화근이었다. 거의 다 도착해서 올라왔는데, 갑자기 숨이 너무 가빠지고 핑- 도는 것이 아닌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증상이었다. 바로 걸터앉아 물을 마셨으나, 이건 좀 오래갈 것 같았다. 누워야 했다. 입구 쪽에 사람들이 쉬고 있는 오두막이 있었고, 구부정하게 걸어가 평상에 벌러덩 누웠다.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눈을 감고선 심호흡을 했다. 5분쯤 누워 있었을까, 괜찮아진 것 같아서 앉았다가 울렁거려서 사다 준 물을 마시곤 바로 또 누웠다. 그렇게 쉬었더니 괜찮아진 것 같아서 차로 이동하려 걷는데, 이번엔 눈앞에 하얘지는 것이 아닌가.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피가 머리까지 가지를 못했다. 주차장까지의 그 짧은 거리 사이에 세 번을 주저앉았다. 아르가 매표소에서 유칼립투스 오일을 빌려와서 등과 귀 뒤, 가슴에 발랐다. 시원해져서 조금 울렁임이 나아졌다. 앉으면 멀쩡한데, 일어서면 핑. 겨우 차를 탔다. 다행히 숙소까지 향하는 동안엔 완전히 괜찮아졌다. 이 탓에, 자석은 오늘도 구입하질 못했다. 여행을 와서 컨디션이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를 했는지, 아주 옛날에나 겪었던 증상을 다시 겪었다. 

 

오버 금지!




2023.08.17





이전 08화 오늘은 스노클링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