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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st Jul 25. 2024

어떻게 하면 쉽게 우는지, 아세요?

이혼도 쉽지 않습니다 34

목요일은 PT를 받는 날이다. PT를 받고 있는데 오늘 따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코치가 '회원님, 오늘은 다른 때와 다르게 많이 힘들어 보이시는데요? 날이 너무 습해서 그런가?' 하는 것이었다. 그럴리가. 지난주 화요일에 헬스장 환경은 요즘보다 훨씬 안 좋았다. 덜 덥다고 생각했는지 에어컨을 덜 켜서 훨씬 습하고 힘들었다. 그러게. 오늘 나는 그리 가깝지도 않은 사람이 보기에도 힘들어 보일 정도였나.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는 길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약 용량은 두 배로 늘려서 먹었지만, 이미 별거한지도 4개월이나 되었고 지난번에 [협의이혼신청서]를 내면서 예방주사를 맞았기 때문인지 그렇게 기분이 별로라고만 느끼지는 않았다. 도리어 '아, 다시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희망도 있었던 것 같다. 잠깐의 착각이었을 뿐이지만. 회사에 도착해서 몇몇 사람들에게는 소식을 알렸다. 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내가 대성통곡한 적도 있고, 나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사람도 있다. 어찌되었든 간에 이렇게 된 결과를 이야기해 주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니, 아내와 함께 보냈던 좋았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여기 브런치에도 몇 번 적지 않았나 싶다. 네덜란드로 출장을 떠났던 아내가 카카오톡을 보내면 내가 깰까 봐 메일로 '남푠아 보고 싶다'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 제주도 바닷가에서 같이 물놀이했던 추억, 몽골로 여행을 갔을 때 하루는 전화가 안 터지는 곳에 있어서 아내가 여행사로 전화해서 내게 별일이 없냐고 확인했던 적도 있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느라 아내에게 온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내가 전화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 그날 아내는 무슨 일이 있냐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네 번이나 전화를 했었다. 내심 그래도 내가 아내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아내와 보냈던 좋은 추억들이 떠오르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지금도 그렇다.) 사무실에서 조용히 휴지를 몇 장 꺼내며 눈물을 훔쳤다.


퇴근 후에 병원으로 가는 길에는 왜인지 모르게 아내와 주고받았던 메시지가 보고 싶었. 관계가 이렇게 되고 나서는 아내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많지 않지만 예전에 아내는 나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이었기에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지 싶다. 아내는 항상 내 편이 되어 주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항상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정신건강의학과에서나 상담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심지어 이제는 내 주변 사람들도 이야기하던데 내가 너무 아내를 미화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내가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닌데 아무 이유 없이 아내에게 이혼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었으니.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또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정말 아내만큼 깊이 생각하고, 오래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었을까. 내게 아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사람인지, 나는 물과 공기가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을 모르듯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살아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지하철에 앉아서도 혼자서 한참 동안 눈물을 훔쳤다. '아, 이때는 이랬구나', '아, 그때는 그랬었구나'. 모든 부부에게 다 좋았던 시간과 추억이 있을테지만 많은 경우 이혼하면서 서로 관계가 원수 같아져서 좋았던 때는 떠올리기조차 싫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되기 전에 이혼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르는 소리다. 나에겐 그것이 너무 힘들다.




어제 아내와 헤어지면서 하나 부탁한 것이 있다. 가끔 메시지도 보내고 가끔 밥도 먹자고 할테니 그렇게 하자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아마 빈말이었겠지만 아내는 그렇게 하자고 했다. 나는 아내의 말이 빈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내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메시지를 보내고 밥을 먹자고 하면 아내는 만나 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아침엔 너무 힘들어서 아내에게 정말 '어제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들어갔어?' 하고 연락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려서 하지 않았지만. 그래, 연락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전부터 우는 걸 정말 좋아했다. 뭔가 실컷 울고 나면 감정이 해소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개운해서 좋았다. 그래서 지금도 난 신파, 최루성 멜로 작품 같은 것을 매우 좋아한다.(추천받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그렇게 우는 나를 보는 걸 싫어했다. 아마 남편에게서 별로 약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다가 슬픈 장면이 나올 것 같으면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봐서 나오던 눈물도 쏙 들어가게 만들고는 했었다. 그때는 그게 정말 불편하고 싫었는데 이제 마음껏 울 수 있게 된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심지어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슬픈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나는 누군가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펑펑 나오게 할 수 있다. 굳이 예전처럼 억지로 슬픈 작품을 찾아볼 필요가 없어졌단 얘기다. 그런데, 그런데 전혀 기쁘지 않다. 그리고 이제는 한참을 울어도 하나도 개운하지가 않다.


당분간 나는 쉽게 눈물을 흘리고 쉽게 슬픔에 빠진 채로 지내게 될 것 같다. 한때 실컷 울고 싶었던 적도 많았으니 잘 되었다고 해야 할까. 글쎄, 모르겠다. 갑자기 결혼식날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던 아내의 모습이 떠오른다. 함께 예식장을 보러 다닐 때면 내가 신부대기실에 화장실이 있는지를 예식장 실장들에게 물어보아서 '이걸 물어보시는 신랑님을 전 일하면서 정말 처음 봐요'라는 이야기도 들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해 했던 아내의 모습도. 크리스천이었던 아내는 아마도 이혼이라는 선택지를 머릿속에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채로 결혼했을텐데. 결국은 내가 아내로 하여금, '그래 이혼하자!'는 결심을 하게끔 만들었다. 자책하지 말아라, 후회하지 말아라, 아내도 그걸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내도 '지난일은 잊고 나는 걱정하지 말고 내가 어떻게 되든 너 행복할 것만 생각해'라는 말까지 해 주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한 것은 나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운동이 왜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니 너무 많이 울어서 기운이 빠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머지 운동을 하지 못한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미안해, 부인. 그리고 보고 싶다, 정말. 내가 어리석었어, 그동안 고마웠고, 많이 미안했다. 앞으로는 꼭 어제처럼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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