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함에서 오는 강렬함
채식주의자를 읽고
지금은 7월 9일 오후 5시 33분. 기온은 33도. 여기는 잠실에 있는 키자니아. 애들 직업체험 한다고 여기 저기 떠도는데 난 짐들고 그냥 움직이고 있다. 요리 만들고 체험하는 사이 사이 리디북스 페이퍼로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잔잔하게 부부생활의 무미함을 담아 써 내려갔다. 첫 시작은 남편의 시각에서 그 다음엔 아내의 시각으로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그렇지만 채식주의자인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각이 더 돗보이긴 하다 그게 더 메시지 전달력을 높여 주는 듯.
처음부터 아내가 채식주의자인 건 아니었다. 어느날 꾼 특이한 꿈을 계기로 돌연 채식주의자로 변했다. 그리고 아내는 앙상한 가지처럼 말라간다. 얼굴은 검어지고 체력도 약해지고. 그것을 가족들이 가만히 보고 있을리 있겠는가. 그리고 사건이 벌어지고...
아내가 한 마지막 행동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게 등장하는지도. 그리고 마지막의 화자가 남편인 것도. 그것땜에 강렬함이 배가되는 것도 아무 이유없이 다가온다.
뭐 스토리를 얘기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잔잔하게 타인의 시각으로 써 내려 갔지만 스토리는 그 어떤 치열한 단어들 연속보다 더 강하게 느껴진다. 토요일 오후인지라 이 붐빈 키자니아에서도 이 소설의 빠른 전개와 역설적인 잔잔함에 도사리는 소름이 찌는 듯한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한다. 아니 닭살 돋아 춥게까지 한다.
이게 스토리의 힘인가. 작가 한강이 무미하게 써내려간 내러티브가 이런 강렬함을 느끼게 한단 말인가? 역시나 작가의 힘이다.
애들은 깔깔거리며 노는데 그렇게도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기다림의 시간이 이 채식주의자 하나로 한방에 해결된다. 애들아 더 많이 더 늦게까지 놀아라. 아빤 한강의 다음작품 '몽고반점'으로 넘어 갈란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