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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DI Jun 10. 2024

다섯째 날 | 21 빼기 5는 16

새벽 운동, 무작정 걷기 #05


2024년 6월 9일 일요일



다섯째 날, 피곤이 누적되고 있다. 누구야. 나와봐. 아침 운동 상쾌하다고 한 사람 누구야! 시원하다메! 진짜 21일이니까 어거지로 버틴다. 그러고 보니 기간이 너무 길었다면 너무 까마득해서 지금쯤 '에ㅆ.. 안해!'라고 할 것 같은데, 21일은 버틸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달성 가능한? 어쨌든 '목표'란 게 꽤 도움이 되네.


사실 아침 잠 없는 내게 일어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침대를 벗어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이다. 나는 집순이라기보다 '침대순이'에 더 가깝다. 주로 누워서 유튜브를 보거나 멍 때리는 게 대부분이지만 먹고 싸는 것 외에는 침대에서 모든 게 가능하다. 책을 보거나 스도쿠를 풀기도 하고 심지어 바로 앞에 접이식 책상을 두고 침대에 앉아서 노트북을 쓰기도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처럼 말이다. 침대 너무 쥬아









첫째 날에는 딱히 '목표'란 걸 설정하지 않았다. 21일을 목표로 삼은 것은 둘째날부터이다. 유튜브에서 '21일만 해보세요'라는 어떤 영상의 썸네일 문구를 보았기 때문이다. 내용을 제대로 본 것은 아닌데, 대충 인간의 몸이 습관을 형성하는 데 21일이 걸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시작해서 어느덧 다섯째 날이 왔고, 오늘도 5시가 되기 전에 천근만근 같은 몸을 일으켜 무겁게 집을 나섰다. 어제보다는 날씨가 제법 괜찮네. 


반쯤 걸었을 때 '21일'이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목표가 210일이었다면 시작도 전에 지쳤을 것 같고, 혹 일주일이나 10일이라 하면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다. 뭔가 21일은 적당히 고통?스러우면서도 너무 막막하지만은 않다고 해야할까?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종아리가 당기고 발목은 시큰거리고 허리는 뻐근하니 '아,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속으로 '21 빼기 5는 16, 젠장... 16일... 오마이갓...'을 외쳤다. 금방 전에는 21일이라 다행이라더니... 오르막길을 만나자 16일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착잡해졌다. 못할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은근슬쩍 운동기구가 있는 길을 피해간다. 그래도 양심상 계단을 한 코스 더 넣어본다. 양심? 내 마음대로 하는건데 웬 책망? 야 그래도 인간적으로 좀 그렇잖아. 뭐가 좀 그래? 새벽부터 나와서 걷는 게 어디야. 오늘도 내 안에서 내 생각들이 마구 싸운다.










오늘도 다글로를 켜고 중얼중얼 녹음을 했는데 거의 다 의문형이었다. 온통 물음표 투성이. 중간중간 '귀찮아'도 많이 보인다. 생각해 보면 언제부턴가 '귀찮아'와 '하기 싫어'를 마음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뭐가 귀찮고 왜 싫은지, 정말 귀찮은건지 진짜 싫은건지 모른채 그냥 습관적으로... 



나 이걸 왜 하고 있는걸까? 뭘 하고 싶은걸까? 걷고 기록해서 뭘 어쩌겠다고? 사실 잘 모르겠다. 나의 진짜 마음을... 너무 오랫동안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런걸까? 오늘은 유독 생각이 더 복잡하다.


일단 걷다 보니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언젠가 내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고 싶다. 나도 어렵고 삶도 어렵고 사는 건 더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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