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木
나 하나라는 존재만으로는 삶의 목적이나 동기를 찾을 수 없고, 그야말로 욕망이란 것이 제거된 듯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시절. 물론 나에겐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고 정당화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아이로 인해 새롭게 삶에 대한 욕구들이 살아난다는 점이 반갑지 않은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아이로 귀결된다. 내가 기록을 해야할 이유,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할 이유, 돈을 아끼고 벌 궁리를 하는 이유. 청소하고 정리하는 매일매일의 귀찮은 과제들을 기쁘게 그리고 착실히 해나가야 하는 이유. 계획이 생기고, 목표가 생기고, 해야만 하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새삼스레 내 탄생 별자리인 게자리의 성향 - 강한 모성애, 가정적- 을 실감하고 있기라도 한 걸까.
늘상 누군가를 대접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준비하는 게 즐겁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그걸 제대로 계발해 볼 생각은 별로 안 했던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애정은 부족했으니 당연한 결과인 것도 같다만. 더구나 핏줄인 가족이라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런 것들에 둔감한 이들이었고. (남편은, 살짝 논외로 쳐야?)
하지만 역시 아이에 대한 내 태도는 인력에 끌려가듯 점차 나도 모르게, 그러나 꽤 빠른 속도로 변해간다. 지나치게 예민하고 강박적으로 굴면서 미리부터 지치고 싶진 않은데. 그리고 이런 기분과 의지조차 어느날인가 (아마도 아이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가까운 미래에) 깡그리 잃어버리고 또다시 무위의 세계를 갈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서서히 엄마로 변신해가는 나를, 나는 기특하고도 어여쁜 마음으로 보듬을 준비가 된 것 같다. 나에게 역할이 부여되고, 내가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는 것. 농담삼아 내가 곰인형을 끌어안고 다니는 건 무의식적으로도 아이를 원하고 있어서가 아닌가 했었는데, 그게 진실이었는지도 모른다.
쉽게 지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인해지고 싶다.
나는 나의 쐐기별을 붙잡은 채 일어나지만, 이 별 또한 내게 온전히 기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