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조약돌 셋 29화

바위에 계란을 덕지덕지

토 土

by 하이디 준

한창 사회 생활 중인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늘 보는 그와는 또 다르게 아, 나보다 용감하고 더 단단한 사람들, 이라는 감상을 내뱉고 만다. 그들도 그저 더 나은 대안이 없어서, 그냥 버티고 있을 뿐이라해도. 누구보다 편하게 지내고 있는 나는, 결국 언제나 타인, 그렇게도 경멸하고 두려워하는 타인이라는 존재 덕분에 이렇게 삶을 유지한다. 언제나 반복적인 망각과 자각. 대체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 그들의 삶을 만들어가는 무엇과, 내 삶을 이렇게 굴러가도록 하는 무엇은, 차이가 얼마나 되기에. 나는, 내 삶에 지분이 얼마나 되는 걸까.


아주 오랜만에 내 그림자를 들여다보며 걸었다. 그리고 조금씩 돌아오는 죽음에 대한 인식. 언젠가 없어질 이 삶의 한없는 가벼움과 연약함에 대하여.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기분인지도. 예전엔 나 스스로가 버거워서 타인의 이야기 따위 소화시킬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어쩌면 또다른 착각.


내 삶의 방식에 대해, 내 가치관과 우선 순위에 대해, 끊임없이 ‘왜?’라고 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젠 타인의 삶에도 그렇게 입을 대고 싶은 건가 싶지만, 아마 그 질문을 입밖으로 내지는 않을테다. 아주, 무례한 일이 될 테니까. 하지만 끝없이 생각하게 되겠지. 실은 잊고, 못 본 척 살려고 하지만. 행동력이 있다면 그런 걸리적거림을 진작 어떻게든 표출했을 텐데. 그래도 내 능력의 한계는 들어주는 정도까지가 아닐까 하며, 또 소심하게 돌아선다.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닿고자 하는 열망은 나에게 드문 일이라, 시도를 해서 실패할 경우 더 상처를 많이 받나보다. 그리고 누군가와 친하려는 시도는 점차 더 줄어드는 악순환. 그러니까 그걸 깨려면 그저 아픈 채로 열심히 시도하는 수밖에. 손톱 같고 실낱 같은 것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는 태도부터 버려야만 한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고, 신기한 일들도 있다.

쉼없이 계란을 바위에다 던져서 깨다보면,

뭔가 색다른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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