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도쿄 라이프

아카사카 1

by 하임

赤坂五丁目交番前 (아카사카 5가 파출소 앞)

KakaoTalk_20250908_150311161.jpg

우리 회사가 있는 곳이다. 이곳 아카사카에 자리 잡은 지도 20년이 되었다. 아카사카역에서는 걸어서 3분 거리이고, TBS 건물의 뒤쪽에 눈에 띄지 않는, 지은 지 60년이 다 되어가는 중국인 할머니가 주인인 꼬마 빌딩이다. 8층짜리 이 건물에 2층과 5층을 전세로 있다. 8층에는 주인 할머니가 살고 있다.

직원들이 처음에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볼 때는 회사 타이틀에 방송사가 있고 아카사카를 주소로 하고 있어, TBS 같은 말끔하고 좀 사이즈가 되는 방송사를 생각하다 막상 우리 회사에 와 보면 실망감이 크다고 한다. 회사가 좀 낡은데다가 아카사카 번화가의 후면에 놓이다 보니, 사채업자 사무실 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이 회사에서 근무한 지 1년이 좀 넘는다. 그래도 이 건물에 왔다 갔다 한 지는 15년이 넘어가는 거 같다. 동일본 지진이 있었던 2011년부터 관련 업무가 있어서 띄엄띄엄 들렀던 곳이다. 내가 주로 숙소로 잡았던 곳이 아카사카 미츠케역 근처의 엑셀 도큐 호텔이었으니, 거기서 출발하면 아카사카의 식당과 클럽 골목을 지나 10여 분을 걸어오면 지칠 만할 때쯤 보이는 건물이 여기다. 참, 여기에서 근무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나의 집에서 회사까지는 37분 정도 걸린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츠키시마역에서 유라쿠초선을 타고 3정거장 가서 좀 걸어서 치요다선으로 갈아타고 3정거장 지나 아카사카역에 내려서 3분이면 우리 회사에 도착한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나와 3-3-3이네.

서울에서는 집에서 승용차로 항상 15분 거리에 회사로 출퇴근을 했고 봄날 정말 걸을 만할 때만 버스를 타고 출퇴근했으니, 여기서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건 처음부터 익숙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유튜브 덕에 아침마다 시사 교양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그것도 물릴 만하면 음악을 들으며 출근한다. 퇴근길에는 SOOP으로 롯데 경기를 무료로 보면서 집으로 간다. 참, 퇴근길이 올해는 8월 전까지는 그래도 늘 기대 가득이었는데, 8월 여름에 기록적인 12연패로 퇴근길이 늘 어두웠었다. 친구도 지인도 없는 출퇴근이라 인사할 데도 없고, 퇴근 때 가볍게 저녁 먹자고 할 사람도 없다. 그냥 집과 회사를 시계추 마냥 시간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직원들은 다 합쳐 20명 남짓한 회사이다. 본부장이 있고 부장이 둘이고 팀장이 4명이다. 나머지는 평직원이다. 매년 30% 정도의 직원이 회사를 관두기 때문에 여기 회사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는 직원을 채우는 일이다. 아무래도 외국계이면서도 급여가 높지 않고 소규모 회사로 비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좋은 조건의 회사를 찾으면 바로 이직한다. 회사 사규로는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데, 지금 정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1명뿐이다.

직원의 이직이 많기 때문에 사장의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일이다. 일주일에 2~3일은 직원들 2~4명씩 나누어서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듣는다. 대부분의 직원은 이 시간을 뭔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활용한다. 재택근무, 급료 인상, 유연 근무, 초과 근무 수당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요구를 스스럼없이 한다. 그래도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했었다. 원피스, 코난, 지브리, 단다단, 귀멸의 칼날, 원펀맨, 괴수 8호 등등. 애니메이션이 오늘 점심 후식이었다.

오는 10월이면 우리 회사가 이사를 간다. 지금 건물이 낡고 내진 시설이 없는 좀 불안한 건물인데다 주인이 건물에 대해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내 중심가다 보니 년 임차료가 3,000만 엔을 넘는다. 코로나 이후 화상 회의가 늘어 굳이 중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 60년 세월에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 불안함에서 탈출하자는 생각, 두 개 층을 쓰면서 생기는 불필요한 공간을 줄여 임대료를 낮추자는 생각 등이 이사를 준비하게 된 이유다.

오는 10월 10일, 회사는 가츠도키 하루미 지역의 빌딩으로 이전하며 새로운 출발을 한다. 작년 7월 말에 시작된 나의 도쿄 생활은 이곳에서 보낸 1년 남짓의 시간이 전부이지만, 훌쩍 지나가 버린 세월 속에 결코 짧지 않은 일상이 담겨 있는 곳.

이사를 가기 전, ‘아카사카 고쵸메 코반 마에’에서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보 라이더(3) 첫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