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우체통
집을 팔았다. 토지거래 허가 구역에 있기 때문에 먼저 약식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가 아니라 약정서 같은 거다. 문제가 없다면 거래 허가가 나고 정식 계약서를 쓰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아, 비싼 동네에 사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집은 토지거래 허가 구역에 있을 뿐이지 비싼 집은 아니다. 집을 팔면서 후회를 많이 하기도 했다. 은행 대출을 받고 대단지를 구입해서 부동산이 오를 때 이익을 볼 수 있게 영리한 재테크를 했어야 하는데, 어리석게 대출 하나 없이 집을 산 것이다. 아이들도 내게 그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그들이 나를 지탄하지 않았어도 이미 속으로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데. 그리고 약정서를 쓰기 전에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살았던 집의 가치는 서울에서 집을 사기에 애매한 금액이다. 또 그동안 살았던 집의 평수를 고집할 수 없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그랬다. 식구도 줄었는데 굳이 지금의 평수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고.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했다. 내게 좋은 조언인데도 적당한 크기의 집에 사는 그들의 말이 조언처럼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좁은 집에서 지내며 답답해할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많이 꼬여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마음에 이는 풍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경제학적 관점으로 보면 인간은 이기적일수록 잘 견뎌낼 수 있다고 한다. 이기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살아남기에 더 유리하다는 거다. 리처드 도킨스의 "우리는 생존 기계이다. 즉 우리는 로봇 운반자들이다.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는 초판 서문에 실린 이 말은 인간을 이해하는데 꽤 유효하다. 사실 나 같은 현실 감각이 없으면 도태되기 딱 좋다. 경쟁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부모 덕분에 나는 좀 편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이제는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런데 현실 감각이 없고 순진하다고 나 스스로를 판단하는 게 맞나 돌아보게 된다. 결국은 투자도 내 몫이었다.
요즘 다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인다.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이 14억이라고 하니 '억'하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말이 평균이지, 사실 가고 싶은 곳은 터무니없이 가격이 높다. 나 역시 욕망 덩어리라는 생각이 든다. 가고 싶은 곳이 고가인 것을 보면 말이다. 부동산에 전재산을 몰빵한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면서 기분 좋기도 하지만 걱정되기도 할 거다. 늘어나는 세금과 은퇴 후 자금 때문에. 사실 자신이 사는 곳을 옮긴다는 것은 웬만해선 하기 힘든 결정이다. 인간관계, 다니던 종교단체, 모임 등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라고 동네에서 오랫동안 맺은 관계들은 쉽게 접기 힘들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은퇴 후에 집을 팔아 노후를 책임지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더 오르길 기다리는 마음,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결국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한다.
전세 사기니, 등기부등본의 공신력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부동산과 연관된 범죄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주가조작을 범한 경제사범을 엄하게 처벌하고 다시는 주식시장에 발도 들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주가조작의 대표적인 방식은 거짓정보를 발판으로 주가를 끌어당기고 조직적으로 주식을 사고팔면서 시장교란을 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얼마 전에 상위 1프로의 부동산 자산가들이 수천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를 뉴스를 통해 들었다. 그들은 순전히 자신의 자산으로 집을 샀을까? 물론 갭투자를 이용해서 부동산 보유수를 늘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행동은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가 아닐까. 잘못된 정보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신의 목돈을 투입해서 주가 상승을 유도해 개미 투자자들의 돈을 투입하게 만들고 상투에서 주식을 빼는 행위나 부동산을 매입하여 시장을 불안하게 해서 결국 서울에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해야만 불안을 잠식시키려는 행위, 그건 시장교란 행위가 아닐까. 결국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은 자산을 끌어모아 자신의 주거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들은 투자자라는 이름으로 조사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서울에 집 한 채, 달랑 있는 사람으로서 그것도 입지가 나쁜 곳에 있는 집을 선택한 나의 안목을 스스로 비판하면서 자존감 낮아지는 요즘 비 피하고 바람 피하고 가족과 화목하게 살기 위한 주거공간이 언제부터 자본주의의 전쟁터처럼 변했는지 한숨만 내쉬어진다. 어쩌면 내가 갈 곳이 여의치 않아서 더욱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랴. 이제라도 공부해서 내 자산을 불리는 영리한 눈을 키우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