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일은, 어쩌면 슬픔의 골짜기를 지나온 사람에게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배고픔의 실체에 직면했을 때, 넘어져 상처 난 곳의 아픔을 절감했을 때 아이는 운다.
슬픔의 질감, 농도, 그로 해서 뿜어져 나오는 울음소리를 듣고 아는 사람은 깊이 슬퍼해 본 사람이지 않을까.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더 떨어질 곳 없는 사람이 이야기할 때 그 힘을 발휘하기 쉽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지진으로 무너진 더미 속에서 생의 이면을 직면한 사람들,
뼛속까지 스미는 통증으로 고함을 쳐본 사람은 살아있음의 환희를 더 처절하게 알지 않을까.
우리가 미워하는 것들은 수분 뒤에 수시간 뒤에 잊힐 것들,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가장 소중하지만 소홀했던 사람들과 나의 삶.
무엇을 쫓고 무엇을 쥐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
슬픔의 골짜기에서 사람은 본질과 철학과 의미를 물었던 것 같다.
* 동일본 대지진 후 방사능으로 오염된 곳에서 오염된 소를 살처분할 것을 거부하고 죽을 일만 남은 소에게 먹이를 주는 화자의 입장에서 쓴 그림책. / 희망의 목장 (모리 에토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