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해도 괜찮아

by 이성주

사람들 사이를 걷는다. 어깨를 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기어코 부딪치는 사람이 있다. "미안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지나가기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괜히 더 어깨가 움츠러들 때가 있다. 세계에서 인구밀도 높기로 악명이 있는 서울에서는 다반사고 그런 경우 미안해하지 않고 가던 길 계속 가는 게 익숙한 서울 사람들은 발목 잡는 인사에 그렇게 반응하며 얼굴을 외면한다. 움츠러들 필요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가던 길로 간다. 그런데 인생길은 그와 참 다르다. 한번 움츠러든 어깨를 쉽게 펼 마음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람들 사이를 종횡무진 다니며 상대의 기분을 잘 맞춰주면서 적당히 비난도 하고 자기를 상대에게 잘 드러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꼿꼿하게 자존감을 갖고 사는 건 실로 어렵다. 자기 계발서들을 보면 성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만 내가 진작 그렇게 했다면 그런 책을 보겠나 싶어 금세 챕을 집어던진다. 나답지 않은 걸 요구하는 수많은 계발서들에 돈을 투자하길 그만둔 이유는 사람이 다 다른데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태도에 자신의 무능력과 소심함만 탓하게 만드는 내용들 때문이다. 결국 나답게 살아야 하고 온통 히어로물 영화도 결론은 그렇더라.




살아가는 방법, 살아왔고 살아가는 과정에 있으면서 어떻게 나를 드러내고 나의 잠재력을 끌어낼까 고민하는 시간에 나는 결국 책을 펴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애초에 관종과는 거리가 멀고 또 그렇다고 침잠해서 사는 것도 못하는 종류의 사람에게 뚝심이란 건 중요하다. 언젠가는 삶의 주체자로 앞서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어제 우연히 산속을 걷다가 현호색, 보라색의 작은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걸 발견했다. 연두색이 가득한 곳에서 눈에 띠지 않는데도 그 작은 꽃들이 존재를 드러낸다. 작은 꽃들, 점점으로 보이는 꽃들이 결국 나를 고개 숙이게 만든다. 그 작은 꽃들의 짧은 생에서 나처럼 고개 숙여 그들과 눈을 마주칠 이가 몇이나 될까. 그거면 충분하다. 그러면 됐다. 어차피 인생이란 게 한낱 꿈과 같으니.




삶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 밤에 소리 없이 내린 눈이 가득 쌓여있다. 열심히 눈을 치우고 간신히 앞으로 나가면 다시 밤이 오고 또 아침이면 눈이 쌓인 길을 마주한다.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길은 그뿐이다. 인생이란 게 그런 것 같다. 갑자기 몰아닥치는 커다란 파도는 매일 부서지는 작은 파도 다음에 온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다면, 매일이 다른 양태로 시작하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이런 사람이란 것을 인정하는 것을 먼저 하는 게 맞다. 오늘을 살아낸다면 타인의 시선도 나의 오늘 실수도 결국은 다 지나갈 일이다. 아무도 나에게 신경쓰지 않는다. 결국 나에게 오롯이 신경쓰는 건 나다. 중요한 건 나의 오늘을 쓰다듬는 관심이 아니라 나를 나무라는 관심만을 갖게 될 때가 많다. 내 문제에 그토록 신경쓰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불행할 필요가 없다. 내 인생에 관심을 갖는 태도, 오늘의 나를 용서하고 다시 시작하는 나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다. 오늘 참 잘 살았고 내일은 또 다시 시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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