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땐 누구나 엉망이야

by 이성주

물 밑에서 백조의 발은 엄청난 속도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말은 더이상 새롭지 않다. 겉으로 보이는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노력한다는 것은 이제 다 아는 일이고 식상한 비유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자괴감이 든다. 왜 저들만큼 나는 부지런하지 않을까. 왜 저들만큼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나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혼자 있을 때 자존감이 가장 높이 올라갔다가도 가장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사실 타인과 있을 때 나는 중립을 유지하는 건지도 모른다. 혼자 있을 때 거울을 보면 그다지 나쁘지 않고 또 결과물도 꽤 괜찮다. 그러다가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보거나 지친 얼굴을 거울을 통해 확인하면 끔찍하다. 모든 건 그때그때 다르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의 나는 엉망인 게 확실하다. 특히 잠에서 깨어났을 때의 얼굴은 보기 민망하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얼굴은 부어있거나 양쪽 볼의 비대칭, 입술은 두툼하게 부풀어 올랐거나 아니면 침이 묻어있을지 모른다. 걷다가 괜시리 문턱에 발이 걸려 넘어질뻔 하기도 하고 급하게 물을 마시다 흘릴 수 있다. 밥을 지으려다가 쌀을 흘리기도 하고 소금이나 설탕을 흩뿌려 청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침부터 아이들과 다툴 수도 있고 늦게 집에 온 남편과 싸울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그런 건 저녁으로 미루고 참을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이랴. 마음 속은 더욱 어수선하다. 누군가 나의 열등감을 자극했고 어쩌면 내가 누군가의 질투를 유발시켰을 수도 있다. 어쩌면 형제끼리의 다툼으로 부양의 책임감을 느끼는 나이 드신 부모로, 마음이 무거울 수 있다. 단지 해결책을 아주 가뿐하게 제시하거나 실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괜찮지만 실제로 망설이고 했는데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나 하고 해결되지 않은 것들 때문에 속이 거북할 수도 있다. 우리의 개인 생활은 이토록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밖에서 만나는 너는 어쩌면 그리도 멀쩡하고 완벽해 보이는지. 나는 이런데 말이다.




현명하게 사는 방법 중에 하나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밖에서 그럴싸하게 보이는 당신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지금의 엉망진창인 상태와 철저히 비교되고 있다. 다만 당신도 나와 같이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매번 깜빡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갖고 있고 그 문제들이 아주 완벽하게 해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무엇보다 우린 허둥지둥 자신의 문제에 짓눌려 매일을 피곤하게 지낸다. 아니, 완벽한 해결책을 내놓고 열심히 해결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린 쑤세미 같은 머리를 하고 또 다른 나를 둘러싼 환경, 혹은 나로 인해서 괴로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건 그저 상상이 아니라 실제일 것이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당신조차 성공에서 오는 헛헛함에 실수를 연발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당신의 성공을 시기하는 사람들로 해서 고통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고 당신의 성공에 기대려는 식구들로 해서 속시끄러울 수도 있다. 성공이 주는 부담감으로 해서 하루하루가 피폐해질 수도 있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완벽해지기 위해 강박에 시달릴 수도 있고 반복적인 시도로 해서 지친 마음으로 쓰러져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누구든 우리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고 그 완전을 더욱 미완으로 만드는 게 관계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관계를 갖는 이는 없다. 그러니 쇼펜하우어가 '떨어져 있을 때의 추위와 붙어있을 때 가시에 찔리는 아픔 사이를 반복하다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던가. 적절한 인간관계가 유지될 수 없는 게 가족이다. 가족으로 인해 우린 더더욱이나 망설이고 다가가고 상처입고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만신창이가 된 자신을 발견 한다. 무엇보다 완벽해 보이는 내가 혼자 있을 때 오만가지 생각으로 앞으로 내딛기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현명하게 내딛었지만 그것이 실수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슬쩍 빼놨던 발을 도로 제자리로 놓을 수 있다. 우린 결과만을 보기 때문에 과정의 실수는 간과하고 있다. 나는 당신들의 결과만을 보고 항상 열등감에 사로잡혀 괴로워했을 수 있다. 또 나의 결기에 찬 얼굴이나 행동을 보고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그런 경우는 드물지만) 어쨋든 고백하건대 나는 혼자있을 때는 엉망이다. 빨리 수습하기 위해서 얼른 매무새를 가다듬을 뿐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가정도 없으며 완벽한 환경은 더더군다나 없다. 누구나 조금씩 고통을 짊어지고 있고 엉망진창인 상태를 수습해 가며 살아갈 뿐이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물들이 완벽해 보일 뿐이다. 나는 엉망진창이고 실수투성이고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게 정상이다. 그건 오롯이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일 뿐이다. 나는 내 하루를 완벽하게 보이도록 열심히 허우적거리며 달리고 있고 실수를 담기 위해서 두 손을 그러모으고 있고 넘어진 걸 누군가 볼세라 얼른 매무새를 수습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나에게 더 노력하라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 나에게 자꾸 성격을 고치라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도 알고 있다. 내 성격의 문제를. 그런데 고쳐지지 않을 뿐이다. 당신도 고치지 못하지만 완벽해 보이지 않는가. 당신이 사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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