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오래된 사진 속 너는 웃고 있다.

그 웃음이 마지막이었다는 걸

by Helia

이현은 다온을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떠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마디 말도 없이. 이별도, 작별 인사도 없이.
비겁하게, 너무나 조용하게.

그날 새벽, 현관 앞에 놓인 작은 반지
상자 하나.
그것이 전부였다.
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무게로, 냄새로, 그 조용한 침묵 하나로도.

다온은 며칠 동안 그 상자를 열지 못했다.
그게 끝이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진짜로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알면 미워할 것 같아서, 미워하면
더 아플 것 같아서.

사진 한 장이 우연히 그녀를 무너뜨렸다.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손끝에 닿은 바랜 사진.
햇살 좋은 날, 이현의 어깨에 기대
웃고 있는 자신.
그때의 자신은 몰랐다.
그 웃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그가 언젠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질
사람이라는 걸.

사진 속 이현은 분명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혹시 나를 사랑했던 게 아니라, 그저 외로움을 덜기 위해 옆에 뒀던 건 아닐까.
차라리 싸우고, 소리치고, 울고 헤어졌다면… 이렇게까지 비참하진 않았을 텐데.

그가 떠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울다가 잠들고, 또 울면서 눈을 떴다.
시간이 흐르면 무뎌진다지만,
다온은 오히려 더 예민해졌다.
그가 입었던 향수 냄새만 맡아도,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그녀는 매일
그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빈자리와, 그의 부재와, 그의 침묵과 함께.

그가 남긴 반지는 지금도 장롱 안 깊숙이
숨겨져 있다.
버릴 수 없고, 다시 꺼낼 수도 없었다.
마치 그의 그림자처럼, 어디에도 닿지 않는 채.

다온은 사진을 다시 봉투에 넣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사랑했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척이었을까.
그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잔인했다.

그리고 밤이 찾아왔다.
달은 숨어 있었고, 세상은 너무 조용했다.
마치 누군가의 비겁한 이별을 대신
애도라도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