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라는 강가에 서서
나는 아직도 종종 생각한다.
대학을 갈까, 말까
이 질문은 하루에 수십 번씩 나를 떠나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생각만 할 뿐이다.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갈대 같은 마음은 늘 마음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누군가는 이 마음을 ‘우유부단’이라 부를지 모른다.
‘차라리 하지 말던가, 할 거면 그냥 하던가.’
이렇게 똑 부러지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쉬운 일이었으면, 나는 진작 끝냈을 것이다.
사실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나는 이미 와이제이 평생교육원에서 사회복지행정학과 이론 과정을 수료했고,
이제는 실습만을 남겨둔 상태다.
그리고 지금은 전공을 바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원이 되기 위해 학점은행제를 통해 다시 공부하고 있다.
남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나는 분명히 ‘계속해서 나아가는 중’이다.
사실 내가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무언가 대단한 비전이나 성공을 꿈꾸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한 아이의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나간 내 부끄러운 과거에 계속 얽매이며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과거가 어떤 모습이었든, 결국 중요한 건 앞으로의 삶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씩, 아주 조심스럽게 믿어보기로 했다.
내 아이는 이제 중학생이다.
벌써 열다섯.
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내 손으로 양육하고 있지 않다.
내 품을 떠난 지 오래된 아이.
그래서 ‘아이 때문에 공부를 못 한다’는 말은 내게 핑계조차 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 내가 공부를 미루는 이유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전적으로 나 자신이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걸.
사람들은 말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배움에는 때가 없으니까.
공부는 하고 싶을 때 하는 거야."
그 말, 다 맞다.
하지만 나는 그 말들 사이에 숨어 있는 공백의 무게를 안다.
현실의 제약, 체력, 일상,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무엇보다도 ‘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 의심.
그 의심이, 오늘도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손을 조용히 움츠리게 만든다.
때로는 책상 앞에 앉기도 한다.
마음을 다잡고, 노트를 펴고, 타이핑을 시작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단어가 잘 안 떠오르고, 머릿속은 빨리 지친다.
내가 이렇게까지 집중력이 없었던가 싶어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어느새 또 책장을 덮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음 날이 오면
나는 또다시 ‘대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마치 도돌이표처럼.
대학.
그 단어 안엔 많은 감정이 숨어 있다.
‘학위’ ‘인정’ ‘기회’ ‘늦은 시작’ ‘두려움’
그리고 ‘나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조심스러운 희망.
누군가는 대학이라는 걸 너무도 쉽게 지나왔겠지만,
내게는 그저 한 번쯤 서보고 싶은 어떤 기슭 같은 것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길이어야 하는 대학이지만,
내게는 언제나 조금 먼 꿈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공부’ 자체보다
공부를 통해 내 삶을 다시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이전의 나는, 철없고, 충동적이고, 도망치기 바빴다.
내가 나를 감당하지 못한 시간들이 있었고,
그 시간 속에 많은 부끄러움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그때의 나를 탓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인정하고 싶다.
나는 변화하고 있고, 성장하고 있고,
비록 느리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것.
어느 날은 자신감이 솟구치고,
어느 날은 도무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렇게 매일매일 흔들린다.
정말 갈대 같다.
하지만 갈대는 아무리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다.
그 뿌리는 늘 제자리를 기억하고, 바람을 받아들이는 법을 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흔들려도 좋으니, 뿌리만은 잃지 않게.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마음은 때때로 내게 너무 사치스러운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지금 아니면 언제?’
‘지금이 제일 젊은 때인데.’
그 생각을 하다 보면, 나 자신에게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그럼 도대체, 넌 뭘 기다리는 거야?’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직 없다.
어쩌면 이 에세이를 쓰는 지금도, 나는 그 정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단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내 과거가 어떤 것이었든,
내가 지금까지 흔들려왔든,
나는 나에게 단 한 번쯤은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그저, 갈대처럼 흔들리는 이 마음을 품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언젠가, 정말 언젠가.
내가 이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지금은 그저, 마음속에서 그 가능성을 지우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대학을 갈까, 말까.
오늘도 나는 그 질문을 안고 하루를 산다.
답은 없지만,
그 질문을 놓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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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흔들림은, 무너짐이 아니라 성장의 전조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나는, 그 믿음 하나로 오늘도 다시, 내 삶을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