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진실의 그림자, 엇갈린 운명

전이된 삶, 잃어버린 이름들

by Helia

차가운 지하 통로를 따라 아진과 민호는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있었다.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는 그림자처럼 점점 가까워졌고, 지하의 콘크리트 벽은 습기와 먼지로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이대로 붙잡히는 건 끝이었다.

낡은 복도를 지나, 거대한 철문 앞에 도착했을 때 민호가 허겁지겁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삐빅-" 기계음과 함께 철문이 열리자마자, 두 사람은 몸을 밀어 넣듯 안으로 뛰어들었다.

문이 닫히자 적막이 찾아왔다. 윙윙거리는 전자음이 귓가를 맴돌았다. 이곳은 거대한 서버실. 수백 개의 서버 랙이 뱀처럼 뻗은 케이블과 함께 줄지어 서 있었고, 희미한 붉은 조명이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민호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 젠장. 거의 잡힐 뻔했잖아."

아진은 벽에 등을 기대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손전등을 켠 채 공간을 살피던 그녀의 시선이, 서버실 한쪽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액정 패널에 멈췄다.

"저거… 뭔가 있어."

패널에는 익숙한 얼굴, 류신하 보좌관의 사진이 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선명한 붉은 글씨로 'Project: 오버로드 - 최종 단계'라는 문구가 박혀 있었다.

"오버로드? 그게 뭐야?" 민호가 다가오며 물었다.

아진은 손끝으로 패널을 터치했다. 화면이 전환되며 수많은 이름과 코드들이 빠르게 스크롤되기 시작했다. 그중,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이름 하나.

'이소진 - 전이 성공 / 대상: 류신하'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아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소진… 그녀가… 류신하였어?"

믿을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났다. 휠체어에 앉아 조용히 웃던 그 모습. 연약하고 순수해 보였던 이소진이, 실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아니, 그녀는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민호도 패널을 들여다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럼 지금의 류신하는, 원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거네."

바로 그때,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서버실 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검은 제복을 입은 경비원들이 무장을 한 채 들이닥쳤다. 그들 뒤에는 느긋한 표정으로 등장한 남자가 있었다.

류성민 의원.

"기자 양반, 결국 여기까지 기어 왔군." 그가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야. 진실이라는 건 언제나 어둠 속에 묻히는 법이거든."

아진은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당신이었군. 이 모든 걸 계획하고 지시한 사람. 사람의 존재를, 인생을 마음대로 조작해. 그게 당신이 말하는 진보야?"

류성민은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였다. "쓸모없는 육체에서 더 나은 그릇으로 옮기는 것. 그게 뭐가 문제지? 이소진은 병약한 소녀였다. 이제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완벽한 인격체가 되었잖아."

"당신은 괴물이야. 인간의 삶을 실험 재료로 취급하다니."

"괴물이라 부르든 신이라 부르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결과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비원들이 총구를 아진과 민호에게 겨눴다. 절체절명의 순간. 아진의 머릿속에 이소진이 남긴 마지막 말이 스쳤다.

'제발… 나를… 찾아줘…'

그녀는 민호를 향해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민호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몸을 움직였다.

류성민이 그 움직임을 포착하고 외쳤다. "뭘 하는 거야! 저 녀석, 막아!"

그러나 이미 늦었다. 민호는 날렵하게 서버 쪽으로 몸을 던지듯 이동했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콰직—!'

순간 서버실의 불빛이 꺼지고, 윙윙거리던 기계음도 멈췄다. 적막과 함께 혼란이 찾아왔다. 암흑 속에서 경비원들이 서로의 위치를 찾으며 당황하는 사이, 아진은 민호의 손을 움켜쥐고 출구 쪽으로 전력 질주했다.

"여기야! 이쪽 비상구!"

계단을 내달리는 그들 뒤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류성민의 분노에 찬 외침이 어둠 속에서 메아리쳤다.

"감히… 그 서버에 담긴 모든 데이터는—!"

하지만 이미 늦었다. 진실은 어둠 속에 묻힐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지상으로 향하는 비상계단을 끝까지 달려 올라왔을 때, 두 사람의 얼굴에 새벽빛이 비쳤다. 도시의 하늘은 아직 푸르스름한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지평선 너머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햇살은 분명했다.

아진은 멈춰 서서 가슴을 고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손에는, 아까 서버실에서 빼낸 USB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그 안에는 Project 오버로드와 관련된 모든 진실이 담겨 있었다.

민호가 옆에서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젠… 어떻게 할 거야?"

아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오래도록 지켜온 신념이 지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미소였다. "밝혀야지. 모든 이름을, 모든 얼굴을, 다시 세상 위로 불러내야 해. 그게 우리가 할 일이야."

이소진, 김영자, 그리고 기록에서 지워진 수많은 사람들. 그 이름들은 다시 살아나 세상 앞에 설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실의 그림자는, 더 이상 어둠 속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새벽빛 속에서, 아진과 민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진실을 등에 지고, 그들이 향하는 곳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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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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