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줄 사람 하나만 있었더라면
조용한 사람은,
가장 조용히 무너진다.
멀쩡한 얼굴로 안녕을 건네고,
한마디 없이 등을 돌린다.
사람들은 모른다.
그가 몇 번이나,
속으로 "도와달라"라고
말했는지를.
괜찮다고 말할수록
아무도 안 물어보더라.
그래서 나도
모른 척 잘 살아왔다.
나는 늘 말이 없었다.
슬픔이 오면
그저 가만히 안에 눕혔다.
울음도, 화도, 이름도 없이.
하루를 살아내고,
웃는 연습을 했다.
웃음이 습관이 되자
무너지는 법을 잊었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 속 내가
낯설어졌다.
무너졌다는 말은,
아직 하지 않았다.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들어줄 사람도 없을까 봐.
그러다 누군가
내 눈빛을 보고 말했다.
“많이 아팠겠다.”
그 말 한 줄에
나는 처음으로
나를 이해받았다고 느꼈다.
어쩌면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아도
무너진다는 걸,
알아봐 주는 한 사람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