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다시 만난 해안가

by Helia

그날의 파도는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 오래전 네 마리 고양이가 함께 걷던 해안가에, 또다시 바람이 불었다. 바다는 어제와 오늘을 뒤섞어 아무 일 없었던 듯 잔잔하게 밀려왔지만, 하늬의 눈엔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그녀는 해안 절벽 위에서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봤다. 눈부신 햇살 아래, 파도와 모래가 부딪히는 그 자리. 그곳에 루카가 있었다. 도시의 먼지를 뒤로한 채, 깊어진 눈빛으로 바다를 보고 있었다.

"여전히 여긴, 다정하구나." 하늬가 속삭이듯 말했다.

루카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너무 오랜만이야.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우리만 변했어."

하늬는 꼬리를 한 번 휘감았다. 바람이 그녀의 털 사이를 헤집고 지나갔다. 그 바람 속에서, 도시의 그늘이 걷히는 듯했다.

그때였다. 부스럭, 부드러운 발소리. 모래를 따라 걸어오는 고양이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솔이었다. 묵직한 눈빛은 여전했고, 꼬리는 자신감처럼 곧게 세워져 있었다.

"왔네." 솔이 짧게 말했다.

뒤이어 달도 나타났다. 도시에서 가장 먼저 하늬를 맞아준 고양이. 물빛 눈을 가진, 조용한 고양이. 네 마리 고양이는 그렇게 다시, 바다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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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아래, 오래된 바위 위에서 네 마리는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워 있었다. 하늘엔 별이 다닥다닥 박혀 있었다. 도시에선 한참을 올려다봐야 겨우 하나 찾을 수 있었던 별이, 이곳에선 손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웠다.

"여기선 하늘이 커." 솔이 말했다.

"도시에서는 벽이 하늘을 가렸지." 달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우린 그 벽 너머로 별을 봤잖아." 루카가 하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별이 네 눈동자에 있었으니까."

하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얼굴 가득 별빛이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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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고양이들은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잊고 있던 냄새, 익숙한 풍경이 털끝마다 스며들었다. 바람은 여전히 소나무 사이를 돌고 있었고, 파도는 어제의 말을 다시 들려주듯 속삭이고 있었다.

"이 언덕, 기억나?" 하늬가 말했다.

루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너희를 멀리서 봤던 곳이야."

"왜 말 안 했어?"

"그땐 말하면, 무너질까 봐 두려웠어."

솔이 그들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도시든 섬이든, 말보다 마음이 먼저였지. 우리는 항상 그랬잖아."

달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시 돌아온 우리가, 그대로일까?"

하늬가 대답했다. "아니. 이제 서로의 그림자를 알아볼 수 있게 됐어. 그게 달라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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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고양이들은 바다와 마주 앉았다. 물결은 붉게 물들었고, 그들의 그림자는 길게 해안선을 따라 늘어졌다.

솔이 작은 조약돌을 굴리며 말했다. "도시에선 너무 많은 게 나를 덮쳐왔어. 너무 시끄럽고, 너무 빠르고, 너무 많았어. 그래서 내가 작아졌어."

루카가 조용히 말했다. "난 그 속에서 잊히는 게 익숙해졌어.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몰랐거든."

하늬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도 버텼잖아. 나도 그랬어. 도시가 무서웠지만, 너희가 있었으니까. 그게 별빛이었어."

달은 말없이 파도를 바라봤다. 갈매기 한 마리가 하늘을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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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하늬는 노트를 꺼냈다. 도시에서 루카가 적던 그 노트. 표지엔 여전히 적혀 있었다. 『도시에서 잃어버린 별의 목록』

하늬는 조용히 펜을 들고 제목 아래에 덧붙였다.

‘그리고, 다시 찾은 별들에 대하여.’

그녀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우리는 별을 다시 찾았어. 그게 너희였어."

루카가 다가와 앉았다. "아니, 돌아온 네가 별이었어. 내가 가장 잃고 싶지 않았던 별."

하늬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바다는 조용했고, 밤하늘엔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고요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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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고양이들은 바다 앞에 나란히 섰다. 햇살이 수평선을 깨우고 있었고, 해안선 위엔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 달이 물었다.

솔이 대답했다. "우리 있는 곳이 별이 있는 곳이야. 그러니, 여기서부터 다시 걸으면 돼."

루카가 털을 털며 일어섰다. "난, 여기 남아도 될까?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하늬는 미소 지었다. "우린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어. 별을 따라 걷는다면."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리 고양이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마음은 같은 하늘 아래 놓여 있었다.

바람이 지나갔다. 그리고 속삭였다. "여기가, 다시 시작된 자리야."

끝이 아니라, 더 깊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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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