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특히 고생 많았어
웬일인지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2월의 끝을 앞두고 일찍 일어나 끄적이고 있자니 왠지 죽음을 앞두고 삶을 정리하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다.
노트 바로 앞 장을 들춰보니 마지막으로 쓴 날짜가 2월 2일. 이번 달은 아무것도 쓰기가 싫어서 노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1년 중 가장 짧은 2월인데, 내게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지난했다.
이제는 많이 안정을 찾아 앞날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하게 되었지만, 한창때엔 앞이 정말 캄캄했다. 너무나 갑자기 몸이 아프고 예민해져 버렸다. 너무나 갑자기.
병원에 갈 때 빼고는 외출하지 않았고, 가족을 제외한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고 지냈다. 멀쩡하지 않은 나에게, 이런 시련을 내게 주신 하늘에 화가 났다. 눈물이 차올라도 꾹꾹 참았다. 울면 더 아프니까. 무엇보다 아픈 걸 일종의 결함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버리기가 어려웠다. 내가 나를 제일 힘들게 했다. 사람 맘이 얼마나 간사한지, 안정을 좀 찾고 나니까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살다 보면 아프기도 하고 그런 거지!
앞으로 컨디션 짱짱할 날을 기대하며 조금만 더 힘을 내보기로 한다. 이젠 집에만 있는 것에도 꽤 익숙해졌다. 그런데.. 어제 궁금해서 핸드폰 만보기를 확인했더니 걸음수가 어이없는 수준이었다. 살이 찌는 게 당연하구나- 받아들이게 됐다. 저녁에 나가서 좀 걸어야지! 하는 다짐은 매번 지켜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불안하면서도 이런 상황에 익숙해질까 봐 두렵다.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는 시기에 꾸준히 글을 쓰거나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체감했다.
일찍 일어났지만 한동안 일어날 때마다 머리가 뻐근하게 쑤시던 통증은 이제 없다. 기쁘다. 지금처럼 몸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때가 있던가. 뭘 먹고 뭘 바르는지. 운동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지내는 공간은 깨끗한지 등등.
지금 이 시기에 몸을 더 잘 돌보라고 이렇게 된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기. 맘 편히 먹기. 넘어질 때 쉬어간다고, 평소보다 몸과 마음에 더 관심 갖고 건강하게 3월을 보내자.
날씨가 풀리듯 몸도 얼른 더 좋아지기를. 집 안에만 있기에 봄은 너무 아름다운 계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