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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기록자 Apr 28. 2017

반짝이는 햇살만큼 슬픈

남기지 못한 순간

예체능 계열로 보이는 열댓 살쯤 된 아이들이 줄을 맞춰 걸어간다. 

둘씩 짝지어 종알거리며 앞서가는 여자 넷, 무심한 듯 따라가는 남자 둘. 

막 연습을 끝내고 나온 듯 젖은 머리칼, 트레이닝복 차림에 겉옷은 아무렇게나 걸친 모습이다.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먹음직스런 디저트 사진이 붙은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카페에 가는 모양이다. 


이것은 뭔가 일본 청춘영화에 나올 법한 완벽한 순간!이라고 인지한 찰나, 

눈물 쏙 빠지게 부러워져 버렸다.


나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찬란한 시절이구나. 
아니, 내게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버스 안이 아니었다면 사진으로 남겼을 텐데. 좀 더 지켜봤을 텐데. 어쩌면 그대로 카페로 따라 들어갔을지도. 풋풋하고 혼란스럽고 어색하지만 분명 달콤한 그런 순간을 운 좋게 포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신호가 바뀌어 버스는 이내 출발했고, 듣고 있던 팟캐스트에서는 마침 사진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진을 찍는 순간은 바로 찍으려는 그 대상이 우리 내면의 어떤 지점을 딱 건드렸을 때라고 한다. 


따뜻한 버스 창문 너머로 마주한 그 순간이 건드려버린 내 안의 심상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타이틀 이미지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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