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19. feat. 걱정 유전설

by 게으른 기록자

아이는 여행 내내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발리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 마치 휴가 온 직장인이 ‘아, 돌아가기 싫다. 여기서 살고 싶다’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여행 내내 그 말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돌아가면 어린이집 가야 해?

어느 날은 어린이집 가기 싫다는 자기 말에 대해 생각을 해봤냐는 듯이 묻는데, 이쯤 되면 어린이집 생활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될 정도였다. 좋은 시간을 보내기에도 부족한데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가 안쓰러웠다.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이 싫다는 건지, 어린이집 안 가고 엄마 아빠랑 같이 있고 싶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하긴 한국에 있을 때는 이렇게 셋이 하루 종일 농밀하게 같이 있어 본 적이 많지 않으니까. 아이는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경험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이전에, 엄마 아빠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이는 어린이집이 싫은 걸까, 아니면 단지 가기 싫은 걸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만약 전자라면, 어린이집이 정말 문제인 걸까? 그렇다면 이대로 둬도 되는 걸까?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최대한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아서 내 아이가 이렇게 됐어’ 하며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내 선택이 아이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일 터.


한편, 아이의 말에 여행 와서조차 마음 졸이는 나 자신도 불쌍했다. 남편은 아이가 나를 닮아 걱정이 많은 편인 걸 거라며,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걸 어찌하리오. 그나저나, 걱정도 유전이 되는 걸까, 하며 또 걱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걱정만 가득 안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일단은. 일시적인 어려움일 거라 믿으며,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긴 여행 후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기까지는 예상대로 시간이 좀 걸렸다. 입구에서 울면서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 시기도 잘 지나서 이제는 쿨하게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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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니까 하는 말이지만, 지나가서 참 다행이다.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게 좀 답답하게 느껴진다. 다양한 변수들 속에서 내가(혹은 나조차 아닌 다른 누군가일 수도) 어떤 것에 변화를 주었기에 이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 없는 그 애매모호함. 내게는 이것이 육아의 어려운 점인 것 같다. 그래서 항상 고민하고, 걱정하게 된다. 언제쯤이면 초연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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