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상
지하철을 탔다. 빈자리가 나서 앉았다. 읽던 책을 다시 펼쳐 읽기 시작했다.
몇 정거장이 지났을까. 양복 차림의 아저씨가 내 앞을 지나려다 갑자기 바닥에 웅크린다. 영문을 모르겠다. 긴장한다. 퍼뜩 일어선 남자는 손을 뻗어 내게 파란색 모나미 볼펜을 건넨다. 황급히 손사래를 친다.
제 거 아니에요
들리지도 않을 말을 읊조린다. 남자는 으쓱하며 스쳐간다. '아, 그렇군요, 그럼 전 이만...'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다시 책을 편다. 순식간에 지나간 일에 얼떨떨하다.
바닥에 떨어진 모나미 펜을 주워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다른 것도 아니고 겨우 몇 백 원 하는 모나미 볼펜을.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나는 주워줬을까? 그 펜은 왜 내 자리에 떨어져 있었을까. 왜 아무도 주인에게 알려주지 않은 걸까. 그 사람은 펜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챘을까? 그랬다면 아쉬워했을까? 작은 해프닝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거 아시나요? 모나미의 뜻이 '내 친구'래요. 불어로 Mon ami. 전 최근에야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