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로 내가 처음 요가를 접한 건 고등학생 때다. 그때부터 요가를 하다 말다 하면서 지금껏 꽤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복근 운동을 중점적으로 시킨 선생님도 있고, 안면 근육을 푸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하던 선생님도 있고, 매번 차를 타서 나눠주던 선생님도 있고, 수업 도중 웃음이 터져서 당황하던 선생님도 있고, 다양하다. 좋았던 선생님도 있고, 잘 안 맞아서 결국 요가를 쉬게 만든 선생님도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난 요가 선생님과의 수업은 너무 좋아서 할 수만 있다면 매일 했으면 싶다. 수련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짧게라도 대화를 나누려 애쓰는 마음 씀이 좋다. 요가와 인생을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이 좋다. 선생님의 이런 가치관은 플로우에도 꽤나 영향을 미쳐서, 다른 선생님 수업에서는 안 되던 동작이 이 선생님 수업에서는 되는 기적 같은 순간도 몇 번 경험했다. 충분히 호흡하고 몸을 풀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잘 못 하더라도 현재 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노력해보자'는 말 덕에 맘이 편해져서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님, 될 거라고 믿었기에 된 걸까나?!
다음은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해주신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다.
우리가 힘든 자세를 만났을 때, 이에 반응하는 태도가 곧 인생에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잘 안 되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자세를 해야 할 때 어떻게든 해보려고 낑낑대는 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요가 매트를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며 땀 흘리는 나. 그에 비해 현실에서는 매사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와 아득바득 싸우다가도 전화가 오면 목소리를 가다듬고 점잖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러니 선생님은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땐 전화가 왔다고 생각해보라고 한다. 감정에 휘말리기가 얼마나 쉬운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는 법도 이렇게 간단하다는 걸, 왜 지금까지는 몰랐을까.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연습을 통해 몸 뿐 아니라 마음 역시 단련하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겠다.
지금까지의 난 요가를 하면서 항상 내 몸에 대해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 실제로 '몸에게 미안해야 해요'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던 선생님도 있고.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이, 그리고 몸을 그렇게 만든 내가 미웠다. 그런 어두웠던 마음이 조금씩 희망으로, 도전정신으로 채워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몸도 조금씩 더 좋아지겠지. 자신감이 생긴다. 이게 내가 요가를, 그리고 지금 요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다.
제 요가 라이프의 이상향은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