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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기록자 Sep 29. 2017

타이완, 생각의 조각들_4

실시간 대만 여행기

현재시각 11시 29분

걸은 거리 7.2킬로미터, 약 10,875보

수면시간 약 4시간

수영 30분, 온천 2번


벌써 4일차라니. 이제 일정의 절반이다. 오늘의 빅 이슈는 3일간 머물렀던 호스텔에서 나와 온천 마을인 우라이로 숙소를 이동하는 것이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사실 오늘 아침수영은 포기해야겠다 싶었는데, 옆방에서 부시럭대는 소리에 일찍 깼다. 호스텔의 장점이자 단점.


3일 연속으로 간 수영장이라,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어제 그제 표를 끊어줬던 직원한테 작별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출근조가 다른지 오늘은 직원들이 다 바뀌었더라... 그리고 수영장에서 드디어 누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마도 얼굴까지 잠수하지 않고 평형을 하는, 말하자면 개헤엄과 평형을 합쳐놓은 영법이 특이해서 뭐라뭐라 하는 것 같았다.


팅뿌동^_ㅠ
(못 알아들어요)


그랬더니 니혼진데스까? 한궈런? 하면서 막 말을 쏟아내시는 데, 알아들을 길이 없어 난감했다.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몇몇 한국어 단어(예컨대, 소주)를 섞어 대화를 나눴다. 몇 살이냐고 묻길래 얘기했더니 놀라는 건지 웃는 건지 아무튼 본인들은 80살이라고 했다. 그래서 난 '우리 할머니는 90세(가 넘으셨지만 '넘었다'를 중국어로 할 줄 몰라서)라고 했더니 손뼉을 치며 신기해하신다. 너무 귀여우시고 호방한 타이완 노부부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청 에너제틱하시네. 멋쪄!


아! 그리고 수영장 오고가는 길에 어제 나를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었던 유바이크를 드디어 탔다! 이렇게 간단하고 편할 줄이야. 기분이 좋구나~ 근데 계속 거닐던 거리를 자전거로 지나가려니 까막눈이 되어 방향을 잃고.. 그래서 롸이딩을 조금 더 즐겼다-고 쓰고 싶지만 너무 덥고 스스로가 바보 같아서살짝 짜증이 났다.


숙소로 돌아와서 열심히 짐싸고, 청소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우라이로 떠나기 전에 대만 관광버스를 타기로 했다. 왜냐, 너무 덥고 피곤하거든! 마음 같아서는 책 한 권 들고 근처 카페에 죽치고 앉아 있고 싶었는데, 그건 우라이에서 할 일이니까! 도심에 있을 땐 도심을 조금 더 둘러보자는 마음이었다. 어제 오늘 다 그런 마음으로 힘을 쥐어짜내서 다님.


시먼역에서 아종면?을 먹고, 버스정류장에서 먼저 블루라인을 타고 쭉 돌았다. 생각보다 처음보는데 괜찮아보이는 곳이 많아서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타이베이 구경할 시간은 반나절밖에 없는데 어떡해.. 벌써부터 다시 와야겠단 다짐을 하고있다. 사람 맘이 참 간사한 게, 떠나오기 전에는 그저 매일 수영하고, 읽고 싶었던 책 잔뜩 읽고 잘 쉬고 오자고 분명 다짐했는데, 막상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 새로운 먹거리를 마주하니 자꾸만 욕심이 나는 거다. 책을 네 권이나 싸갖고 와놓고는 읽을 시간을 아까워하는 내 자신이 이해가 좀 안 된다.



아무튼, 다른 나라에서는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작년에 헬싱키에서 관광버스를 타고난 후에 관광버스를 좋게 생각하게 되었다(물론 그땐 헬싱키카드가 있어서 거의 무료로 탔다고 봐야겠지만). 본격적으로 도시를 탐험하기 전에 한 번 쭉- 돌아보는 , 그리고 나중에 눈여겨 둔 곳들을 찬찬히 알아가는 방식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행계획을 (짜고싶지도 않지만)잘 못짠다. 뭐가 있는지 모르는데 어디 갈지를 어떻게 정해? 그게 어떤지를 모르는데 내가 좋아할지 아닐지 어떻게 알아? 물론 검색하면 준비할 수는 있겠지만 그 리스트를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든다.


그리고 나머지는 별 수 없이 내일 써야겠다. 너무 피곤해서 토나올뻔.....ㅠㅠ

타이페이 관광버스

우라이로 출발! 메인스테이션>신디앤역버스 환승>>>>>>>>>우라이

풀문스파(명월온천)

우라이라오지에

마사지는 내일 받아야 됨!


저기까지 쓰고 잠들었는데, 마사지 얘기는 왜 썼는지 모르겠다ㅋㅋㅋ 잠에 취해서 '내일 할 일'을 적는 줄로 착각하고 있었나. 엄청 졸면서 쓴 거라 기억도 안 난다.


아무튼 타이페이 관광버스 얘기를 좀 더 하자면, 결과적으로는 헬싱키 관광버스에 비해 좀 덜 재미있었다. 눈으로 봤을 때 흥미있는 곳은 오히려 대만 쪽이었는데. 한국어 해설이 좀 부자연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좀 구식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4시간 패스를 끊어서 블루라인 먼저 타고, 젠탄(지얜티얜)역에서 MRT로 갈아탄 후, 타이페이 기차역으로 가서 다시 레드라인을 탔다. 블루라인은 갔던 길 그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게 실제로 얼마나 더 빠른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관광버스 운행시간이 팜플렛에 써있는 것과 잘 안 맞았음) 기차역에서 밀크티랑 만두도 사먹고, 30분쯤 기다려서 레드라인을 탔는..데 엄청 졸았다. 그래도 타이페이 101 근처의 깔끔한 거리를 낮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투어를 돌면서 내가 얼마나 타이페이의 일부를 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다시 가고 싶은 곳들을 구글맵에 추가하며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그리고 다시 타이페이역. 거기서 5분을 기다려서 다음에 출발하는 블루라인 버스를 타고 시먼역으로 갔다. 호스텔에 들러서 짐을 찾고, 드디어 우라이로 출발! 많은 사람들이 도심에서 849번 버스를 타라고 써놔서 나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친구가 꼭 신디앤 역에 가서 타야한다고 해서 뭔가 이유가 있는 줄 알았다. 실상은 딱히 없었던 것 같고, 역시나 역에서 줄서서 타야 하는 상황이라 굽이굽이 산길을 캐리어를 부여잡고 서서 갈 수밖에 없었다. 기사님이 완전 터프 드라이버라 버스가 옆으로 넘어질깝봐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절반쯤 지났을 때 자리가 나서 또 캐리어를 낑낑 쑤셔넣고 잘 앉아서 왔다. 큰 캐리어 들고 오는 거 진짜 비추... 자리에 앉는다 해도 캐리어를 두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더 갈 것 같은 분위기에서 갑자기 버스가 멈췄다. 우라이였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내렸다. 너무 진을 뺀 탓에 도착한 게 별로 기쁘지 않았다. 날은 얼마나 덥고 습한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버스역에서부터 함께 왔던 중국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있었는데, 우리 앞에 자리가 하나 난 상황에서 여자가 자리에 홱 앉았다. '너희는 둘인데다가(그래서 뭐..) 짐도 없잖아!' 싶으면서 한순간 혼자인 게 너무 외로워져버린 거다. 뭐 그랬다고. 사실 여기 온천에서도 누군가 함께 왔다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언젠가 부모님을 꼭 모시고 오고 싶다.


5분 정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우라이 올드타운의 초입에 있어서 찾아오기 쉬웠다. 외관은 예상했던 대로 고급스럽지는 않았다.열심히 낑낑대며 캐리어를 또 끌고 올라와서 체크인을 했다. 방에서 아무때나 온천물을 받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대중탕 쿠폰도 하루에 2장씩 준다. 저녁으로는 생선을 고르고, 아침은 중국식으로 골랐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물을 받아달라고 해서 여독을 풀었다. 가만히 앉아서 온천을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또 너무 행복해지는 거였다. 안그래도 여기 와서 너무 행복하다고,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하던 참이었다. 피부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찌뿌둥하고 무거웠던 몸도 가벼워지는 게 느껴지고, 짜증이 줄었다. 무엇보다 너무 자유롭다! 여기서는 적당히 관심 받고 적당히무시 받을 수 있다. 그건 내가 이방인이면서도 생김새는 비슷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대만에 중국여행자가 많은데 나도 그들 중 하나로 보이는 듯 하다. 사실 이거 말고도 이유가 더 있는 것 같은데 현재로썬 모르겠다. 왜 내가 여기서 특히 자유롭다고 느끼는지. 한국과는, 그리고 내가 다녔던 다른 나라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온천 후 동생과 페이스타임을 하면서 저녁을 먹었다. 고등어구이가 나왔다. 다 먹을만 했는데, 뭔지 모르겠는 고기가 든 탕만큼은 못 먹겠더라. 고수향도 너무 심하고 일단 고기가 뭔지 모르겠는 와중에. 쪼금 먹어보니 너무 질겼다. 기분 나쁘게 질겼다. 나머지는 그럭저럭 먹을만 했고, 편의점에 들를 겸 동네 산책을 가기로 했다. 밤이라 문을 연 가게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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