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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Sep 11. 2023

시댁환장곡 1화 정말 5월이 가정의 달이라 생각하시나요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_1장_1_정말 5월이 가정의 달이라 생각하시나요?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일 년 중 5월만큼 행사가 많은 달이 있을까? 5.1 근로자의 날, 5.5 어린이날, 5.8 어버이날, 5.15 스승의 날, 5.21 부부의 날, 석가탄신일은 공식적으로 공인되어 달력에 표시되는 날이다. 모두 사람과 관련된 날들이다. 

사람과 관련된 날은 다른 날들과 다르게 감정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생각과 감정이 다르다. 다른 건 지나가더라도 그냥 지나가기 힘든 날이 어버이날이다.     

 

표면적으로는 어린이날이 요란하고 화려해 보인다. 하지만 결혼해서 어린이날을 챙길 때는 아이 낳고 그 아이가 3살 무렵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13살까지 챙기면 된다. 근로자의 날도 근로자일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근로자로서의 기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스승의 날은 초, 중, 고등학교 졸업하고, 12년이면 대략 마무리된다. 대학에 들어가면 스승의 날은 학생회 간부들의 몫이 되기 때문에 자연히 멀어져간다. 그에 비해 어버이날은 태어나면서 시작되고, 결혼과 동시에 그 무게감이 묵직해진다.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된다. 

30살 초반에 결혼한다고 하고 부모님의 나이가 60세라고 가정하고 백세시대를 감안하고 생각해 보면 평균 30년은 챙겨야 한다.      


게다가 이상하게 어버이날과 부모님 생신과 겹쳐 있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은 휴일이고, 당일이 주말과 겹치면 대체공휴일이 지정된다. 즉 어버이날은 안 챙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가 자식을 낳고 얼마나 많은 수고와 경제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에 비하면 자식이 어버이날을 챙기는 것은 너무 초라하고 빈약함에 틀림없다. 


본질은 5월 어버이날을 챙기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버이날 모여서 식사 한 끼 하고, 용돈이나 선물 하나 드리는 모두 비슷하게 똑같이 지내는 것에 생각을 다시 해보자는 것이다. 함께 식사하고, 선물과 용돈을 드리는 것은 가족이 보여줄 좋은 풍경임은 틀림없다. 세상에 똑같은 가족은 하나도 없는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것들은 왜 모두 비슷비슷하고 틀에 얽매여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 풍경 속에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는 비교와 체면, 그리고 자율이 아닌 타율은 없는지, 내용은 없이 형식만 남아 있지 않은지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가족은 내용 없이 형식만 남아 있으면 세상에서 제일 괴로운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력에는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쉬는 날인데 기혼 여성에게는 쉬는 빨간 날이 아니라 가슴이 시뻘겋게 멍이 드는 날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멍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외부로부터 타격이 들어왔을 때 그리고 자유로운 의사표시가 없을 때 생기는 상처의 흔적이다.     


책상에 달력을 올려놓고 달이 바뀔 때마다 한 장씩 넘긴다. 설날이라고 떡국 먹었던 것이 얼마 된 거 같지 않은데 어느새 더워 반 팔을 꺼내 입고, 여름으로 진입하는 5월은 금방 온다.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달력을 넘겨 5월을 맞이하면 사람들은 무엇이 떠올릴까? 나는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들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갑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포장된 상자 속 선물을 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계좌 잔액이 얼마인지를 머릿속으로 계산하기 바쁘다.    

  

삶도 파도처럼 기복이 있다. 개인적으로 2년 정도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수입이 하나도 없는데 부모에 대한 의무와 체면 때문에 남들이 하는 그 평균을 어림잡아 챙겼다. 요점은 힘들면 챙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눈에 보이는 경제적인 것에만 주목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남들이 말하는 평균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면 그런 상황의 사람들은 사랑과 마음을 표현할 수단 자체도 박탈당하는 것 아닌가? 라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돈으로만 해결하는 것만큼 세상 쉬운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관계를 돈으로만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지 모른다. 

상대방이 원하는 건 돈이니까 말이다. 

5월은 사랑과 감사로 풍성한 달인데 계좌도 마음도 마이너스가 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의미 있는 날들을 의미 있게 제대로 보내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이제 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각자 상황과 생각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5월이 가정의 달이 되기 위해선 형식이나 체면을 떠나 관계 회복과 상호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내는 5월이 실제는 사랑과 감사로 가정의 달을 보내는 것이 아닌 돈과 허위의식으로 분칠된 가장의 달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돈 몇 푼, 만 원짜리 장수로 때우며 지나가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2023년 유독 뜨거웠던 여름은 8월 말복이 지나고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도 더웠다. 지난주 백로까지 지나니 여전히 한 낮의 더위는 뜨겁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것이 춥다 느껴진다. 

가을이다. 그리고 곧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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