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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Sep 18. 2023

시댁환장곡-8화 시집살이 시작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8화 시집살이 시작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집을 진정 원한다. 하지만 시집은 진심 피한다."


7화 시집살이 시작     

1월, 2월은 한 해의 시작이다. 일반적으로 1월은 신정, 2월은 구정이 있고 가을걷이, 겨울 김장을 마치신 어머니는 해남에서 역귀성을 해서 7남매 자식들 집들을 돌아가며 순회하신다.

큰 시숙님이 주중 평일에 내려가 다음날 해남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어머니의 올라오심으로 시집살이는 시작된다. 달력의 설 연휴는 4일 정도만 빨간색인데 어머니가 올라오는 날부터 내려가시는 날까지 온통 빨간 날이다. 쉰다는 의미에서 빨간색이 아니라 요즘 애들 말로 ‘빨간 맛’들의 나날이라 빨간 날이다.     


문득 시집살이의 정의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집살이를 “시집에 들어가 겪게 되는 모든 경험과 부정적인 감정‘이라 정의했다. 단어 그대로 시댁에 들어가 사는 것도 아니고 구정, 추석, 제사, 생일 정도가 전부인데도 현명하고 부지런한 어머니 뭐라고 하는 잔소리 하나 없는데 그냥 우울하고, 힘들고, 부담스러운 시기가 1월, 2월이다. 나를 괴롭히고 뭐라 하는 사람 없는데 존재 자체가 무거운 추가 시어머니의 본질이다. 시어머니라는 말만큼 수많은 감정이 실린 단어가 있을까 싶다. 시대가 바뀌어서, 코로나를 겪고 나서, 안 모이고, 모여도 일부 식구들만 모이는 것이 대세가 되어 간단하게 가볍게 간소해졌지만 모든 부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글쓰기의 장점은 지금의 내 현실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시선을 하나 획득한 거 같아 좋다. 현실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면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관찰하고 왜 그런지에 대한 생각은 시대 흐름과 변화라는 흐름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니면 넋두리 대행진, 뒷담화 시전, 울화통 대방출로 끝나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글쓴이는 나 자신이기에 사실이 뭐든 내 위주로 해석하고 감정적으로 결론을 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는 건 나를 편안하게 만들고 쌓인 감정들을 허물어 버린다.     


형제 많은 집안 바람 잘 날 없는 옛말은 정말 딱 맞다. 하지만 낼모레 50인 나도 체력은 저질, 눈은 침침하고 기억력도 흐려졌다. 모든 바람은 아니지만 대략의 바람은 방향에 맞게 배의 돛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만큼 제법 쓸 만해진 것도 사실이다. 좋은 것에만 좋은 것이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것에서 좋은 것은 있다. 찾는 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일단 재미를 찾아보리라 다짐한다. 재미를 찾기 어려우면 의미를 찾아보는 모색까지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란 사람 지극히 희극을 추구하지만, 비극이어도 결말이 처절할지라도 진실에 가까운 어떤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끝의 시작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내가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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