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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Oct 19. 2023

시댁환장곡-24화 시어머니가 내려가셨다.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24화 시어머니가 내려가셨다.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24화 시어머니가 내려가셨다.


드디어, 시어머니가 해남으로 내려가셨다.


설 연휴와 맞물려 인사이동으로 정신없이 바빴는데, 시어머니가 올라와 계신 걸 아는 같은 사무실 사람들은 시어머니 내려가셨다는 말에 대한 대답이 ‘잘 되었다’, ‘고생했다’, ‘좀 쉬어라.’가 인사였다. 칼같이 퇴근하고 약속을 잡지 않던 나를 향해 못 했던 회식 날짜를 잡는다.


그동안 내가 힘들다는 표현을 많이 했을까? 아니면 티가 났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 힘들었던 것일까 복기해본다. 결론은 끄떡도 아니고 도리질도 아니다. 자그마치 20년이 넘었고 25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힘들다고 하면 시어머니의 문제라기보다 내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잘잘못을 떠나 어떤 방식으로든 공존의 방법을 찾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기분이 어떤지 묻는다면 안 계신 것만큼 편한 건 아니었지만, 계신다고 엄청 불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번 설은 역으로 어머니가 더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집안의 문제란 알고 보면 모이면서 그 골을 확인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변하는 건 사람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사람만큼 변하지 않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사람은 사랑이 변하고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결론지었다.  

   

형제가 7남매이니 사람 수만큼 사는 것도 다양하고, 나이 먹는 세월만큼 자기 생각이 확고해지는 만큼 골이 생기면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부모, 형제 관계에서 중요한 원칙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을 잘 지켜야 하는 관계가 또 있을까? 


어머니를 보면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 열 손가락 안 아픈 자식 없다는 말도 맞는 말 같다. 7남매 시끌벅적해도 이만치만 사는 것도 복인 거 같기도 하고 무자식 상팔자 같기도 하고 말이다. 자식 욕심이야 끝이 없지만 100퍼센트 만족하기란 쉽지 않고 걱정 근심이 끝이 없다고 생각했다. 며느리, 사위는 둘째로 치고 7남매 하나하나 성격도 강하고, 순한 사람 하나 없으니 어머니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강한 만큼 세상과 맞서 모질게 잘 살기야 하겠지만, 호락호락 둥글둥글 만만한 자식이 없어 보여 짠해 보인다. 


자식은 많으나 늙고 작은 몸 의탁할 곳이 딱히 없다 생각이 드니, 믿을 건 나밖에 없었던 우리 엄마가 더 나아 보이니 사람 관계는 끝까지 보고 판단할 일이다.     


드디어 시어머니가 해남으로 내려가셨다.

3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기분을 묻는다면 한해를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말하면 우리 시어머니가 섭섭하실까. 안타깝지만 아무리 좋아도 ‘좋은’이라는 형용사를 가질 수 없는 단어, 단어 자체에 ‘나쁜’ 부정의 이미지를 이미 장착하고 있는 단어가 ‘시어머니’라는 단어라 생각했다. 


이제, 시어머니라는 존재는 이리 서러운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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