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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Oct 19. 2023

시댁환장곡-23화 주제 파악중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23화 주제 파악중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23화 주제 파악중


설 전전날, 어머니는 큰형님네에 짐을 풀고 우리 집으로 오셔서 저녁을 먹고, 하룻밤을 지냈다.     

올 설날은 일요일이니 설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 토요일 점심을 잔치국수로 먹고 오후 2시경에 준비한 갈비와 술 그리고 떡국용 사골국물 등등을 싸서 남편과 어머니와 함께 큰형님네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중간층에서 젊은 부부와 초등학생 고학년으로 보이는 딸과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들로 보이는 한 가족이 탔다.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더라도 누가 누군지 모르고 산다.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는 일상이니 만날 일이 없다. 앞집도 얼굴만 알고 있을 뿐, 왕래가 있는 것도 아니니 함께 모여만 살뿐 이웃이라 말하기도 쑥스럽다.     


남편이 나이 먹었나 보다. 아니 할아버지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한다. 자꾸 엘리베이터에 타는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 요즘에 젊은 엄마들은 자기 아이에게 남자 어른이 말을 걸면 좋은 말이어도 경계하고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말을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겠냐고 머쓱해하지만, 세상이 험해서 그렇다고 조심하자고 말한다. 이날은 어머니가 함께 타서인지 더하다.

     

남편: (남자아이에게) 아들, 잘 생겼다. 너 인기 많지?

설 명절 연휴 전이고 남편이 칭찬을 많이 해서인지 젊은 부부는 웃었다.

시댁이 지방인지 캐리어와 선물들이 양손에 가득 들려 있었다.

남편: 고향 가나 보네요. 많이 막힐 텐데 고생하시겠어요. 캐리어까지 시댁이 먼 곳인가 봐요?

젊은 엄마: 아니요. 경기도 동탄이에요.

남편: 경기도면 가깝네요. 가까운데 짐이 한가득하네요.     

젊은 아빠: 처가댁이 멀어서요.

남편: 설 명절 보내고 처가댁 가면 바쁘시겠네요. 설 명절 잘 보내고 오세요.     


그냥 설을 앞두고 이웃끼리 엘리베이터에서 덕담이 오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냥 화가 났다. 시댁 들렸다가 막혀도 여행 가듯이 설렘을 안고 친정 가는 젊은 엄마가 부러웠다. 젊은 엄마의 화사한 화장과 브랜드 로고가 박힌 산 지 얼마 안 된 하얀색 롱 패딩은 전과 생선 굽기 담당이어서 아침에 머리도 감지 않고 세수만 하고 나온, 기름이 범벅이 되어 버려도 아깝지 않은 옷을 입고 아깝지도 않은 따뜻하기만 막 입는 카키색 파카와 너무 극명하게 비교가 된다고 느껴진 감정은 나만의 비루한 마음이었다.     

설 전날,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젊은 부부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이미 화날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어떤 식으로든 화를 내지 않았을까?   

  

결혼하고 몇 년 동안 고생은 나만 하는 거 같은 마음이 들면 감정을 컨트롤하기 하지 못하고 티가 났다. 결혼 25년이 되어가니 느끼는 감정은 그대로이지만 느끼는 감정 그대로 다 표현하지 않는다. 보이는 한 면을 보고 부러워하고 속상해하는 건, 단편적인 면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시간이 가르쳐주었다. 내 고생, 주름과 바꾼 지혜이다.     


인생만큼 비교라는 잣대가 안 맞는 것이 없다 느낀다. 같은 조건, 같은 환경의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것이 삶이라는 공식이다.   

  

내 인생도 감당이 잘 안되는 데 누구의 인생에 간섭하고 조언하고 이끌 자신이 없다. 늙어가면서까지 이제 아내와 엄마라는 의무에 목을 매고 싶지는 않다. 이제 각자의 삶을 살아갈 때가 되었고, 조금 늦은 감도 없지 않다. 25년 가까이 했으면 내가 선택한 사랑에 대한 값을 충분히 치렀다. 어떻게 살든 상관없다. 하지만 어떤 것을 정답이라고 우기고 싶지 않다. 요즘 자기만의 원칙이 확고한 사람이 견디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견디기 힘든 사람에게 맞추고 참고 인내하는 것을 굳이 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자꾸 얼굴의 철판만 두꺼워지니 남편은 앞으로 피곤하리라.     


어쩌겠는가! 마누라 솥단지가 1인용인걸…. 감당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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