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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Oct 21. 2023

시댁환장곡 32화 마음 불편한 사람이 을이다.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32화 마음 불편한 사람이 을이다.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32화 마음 불편한 사람이 을이다.


시댁에서 힘든가? 아니면 불편한가? 질문을 하는 이유는 힘들고 불편한 것들을 분리해 보고 싶어서다. 힘들고 불편한 것이 같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아주 미묘하게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다. 여기에서 힘들다는 몸과 마음이 모두 해당할 수 있지만 힘들다는 것은 몸에 비중이 더 간다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은 이어져 있으므로 몸이 힘들어 그 영향이 마음까지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편하다는 무거움이 몸보다 마음에, 무게중심에 가 있다.      


시댁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편안하다, 자유롭다기보다 힘들다, 불편하다는 것에 가깝다. 그 힘들다, 불편하다는 잡을 수 없는 감정에 대충 치부하기보다 그 감정을 이미지하고 싶었다. 볼 수 있다면 감정도 명확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시댁에서 힘들다, 불편하다를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 어떠할 때 힘들다, 불편하다를 느끼는 걸까?     

시댁에서 언제 힘이 들까? 거의 대부분 물리적 활동에서 야기된다. 즉 노동을 의미한다. 시댁의 또다른 버전의 이름이 모임이라면 모임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시댁이라는 테두리에 들어있는 사람들은 가족이라고 불리면서 내 집에 오면 어른이 되고 손님이 된다. 모여서 먹는 음식이 평상시 먹던 김치찌개를 내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치찌개를 끊여도 고기도 넣고, 두부도 썰어 넣어 그럴듯하게 새로 끓여 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가족이기 전에 손님이기 때문이다. 평상시 대충 해먹는 끼니도 힘든데 손님 초대 음식은 고민이 된다. 시댁에서 모일 때는 즉흥적으로 아무 의미 없이 모일 일이 거의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제사, 명절, 생일, 돌, 환갑, 칠순 등 인생의 의미 있는 날들과 겹쳐있으므로 음식 준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요즘은 대부분 밖의 식당에서 해결하지만, 대가족의 경우는 비용이 만만치도 않고 음식은 식당에서 먹을 수 있지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어 식당 이후의 장소가 또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멀리 시골에서 시어머니가 올라오셨을 경우 며칠 묵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밖에서 한 끼 해결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애초에 행사를 주관하는 집에서 모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초대하는 집이 제일 힘들고 신경 쓸 일이 많지만, 대가족이라서 손님으로 가도 손님으로 마냥 앉아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한 집에 계속 계시는 것이 아니기에 그 부담을 암묵적으로 며느리 셋이 나누어서 분담해야 한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언제부터인가 딸네 집에 가기보다 형님네나 우리 집에 혼자 남아있더라도 아들 집을 선호하신다. 


며느리도 바쁘지만, 딸들도 바쁘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고 며느리들은 의무감이 주는 성실함이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다. 해야 한다는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시댁에서 힘든 건 끝없는 음식 준비이다. 한식이 손이 많다는 것은 상식이다. 가끔 양식과 간단한 빵으로 대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외식하고 배달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 크면서 평일 아침에는 간단한 빵, 시리얼, 우유 등으로 대체하고 점심은 각자 자기의 영역에서 해결하고 들어오고 저녁도 모두 모여서 먹기가 쉽지 않다.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거나, 휴식을 빙자한 늘어져 있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몰아보고, 지인과 약속을 잡아 구경과 맛집과 카페에서 수다로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 시어머니가 올라오시면 약속을 잡지 못한다. 일주일 전에 약속을 잡아도 어머니가 올라오시면 우리 집에 있으면 종일 삼시 세끼 뭐 먹을지 고민하고 형님, 시누이 등 방문자들을 맞이하고 나면 평일 저녁과 주말은 순삭된다. 시어머니가 즐거울 일은 뻔하다. 형제들이 자주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머물러도 근처 형님네 가족들을 예의상 부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형님네에 머물러도 근처 사는 우리 집 가족들을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신경 안 쓴다고 해도 시어머니가 올라오셨으니, 불고기라도 잡채라도 하고 별미를 하게 마련이다. 농사일로 고생하고 평상시 혼자서 얼마 챙겨 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힘들고 번거로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외식하든, 직접 준비하든 세 며느리가 나름의 방식으로 시어머니가 올라오셨을 때 대접하는 모습은 요즘 보기 드문 풍경이고 참 대단한 일인 것을 새삼 느낀다. 


요즘 시댁이 멀지 않는 지척이라 다들 따로 살림하고 살기도 하지만 시어머니는 아들 집 문턱 넘기가 쉽지 않은 세상 같다. 주변에 어떤 분은 행사와 명절 모두 시댁에는 가지만 본인의 집에는 초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여서 음식 대접할 일이 있어도 모두 밖에서 회식하고 차 마시고 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러니 자고 갈 일은 아예 있을 수가 없다. 그만큼 많이 분리되었다는 증거인지 모르지만, 어느 것도 마음에 차는 것은 없다.     


명절이나 제사 때는 몸이 힘들다. 그래서 마음마저 힘들어 지친다. 하지만 그 외에는 불편하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결혼해서 처음엔 안부 전화 때문에 불편했다. 멀리 사시니까 안부 전화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나눌 대화는 너무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 의무적이고 뻔한 인사말, 날짜만 다르지, 통화 내용은 어떤 대사처럼 같아 싫다고 느꼈다. 참 이상하지. 시어머니가 낯설고 어려울 때 더 자주 안부 전화를 드렸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자주 전화를 하지 않는다. 


택배를 보내셨을 때, 눈, 비가 많이 왔다는 일기 예보를 들었을 때, 그냥 생각날 때 전화한다. 그리고 일상이 바쁘면 잊을 때가 많다. 형제가 7남매이고 딸이 4명인데 어련히 전화를 많이 하시지 않을까라는 나름의 변명이 작용해서 그렇다.


그래도 안부 전화를 너무 오래 안 하면 조금 불편하다. 시댁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누군가가 나에게 주는 부담감이나 압박감일 수 있지만 스스로가 알아서 스스로 신경 쓰는 감정에 가까운 거 같다. 정말 피치 못할 상황에서 참석하지 못한 제사나 명절 때 편안하기보다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더 많았다. 계속 해 왔던 것들을 하지 않았을 때 오는 찜찜함에 익숙하지 않다. 길들었나? 아니면 사랑하게 되었나? 의 두 가지 감정 모두 내가 원했던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힘든 건 계속하다 보면 능숙해지고 요령이 생겨 덜 힘들어진다. 하지만 불편한 것들은 다짐과 결심 그리고 결단이 없으면 계속 남아있는 감정이다. 시댁에서 불편한 것들을 적어보고 왜 불편한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해야 한다는 것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에서 나름의 생각과 결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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