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대로 삶 Oct 21. 2023

시댁환장곡 36화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36화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당연한 행동으로 비꼬기

50되기 365일전, 7남매 막내며느리의 시댁과 제사와 명절이야기 


시댁환장곡 36화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당연한 행동으로 비꼬기


시댁이란 테두리에 머물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 있다. 아니면 며느리로서 당연하다고 하는 것들 말이다. 예를 들면 시부모님의 생신을 챙기고, 제사와 추석과 명절 등 행사를 준비하고 주관하는 거 말이다. 이러한 것들을 며느리가 나서서 하면 보기가 좋다. 오래전부터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아온 풍경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풍경 속에는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익숙해지려면 반복되어야 한다. 그래야 머릿속 이미지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을 때가 많다. 익숙해진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에 비켜 서 있다. 익숙한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한번 예상 해 봐라. 변화는 다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아니면 시대적 대세 흐름을 타야 자리 잡을 수 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시댁에서 당연한 것은 다음과 같다. 피치 못할 사정을 제외하고는 5월의 시어머니 생신과 어버이날, 8월 시아버지 제사, 10월 추석, 1월에서 2월 중 설날 연휴는 당연하게 챙기는 것들이다. 의무라고 굳이 규정짓지 않아도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되었다. 너무 당연해서 의향을 묻지 않는 것이 되어 버렸다. 


애초에 당연하였는지 모른 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아들들은 며느리와 같이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기에 논의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딸들은 어떠한가? 위의 행사들 참석은 딸들에게로 가면 선택이 된다. 가게를 하던, 자녀가 수험생이든, 어떤 바쁜 일이 있어서 참석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딸들의 부득이한 불참이 관대하다면 며느리의 부득이한 불참도 관대해져야 한다. 문제는 참석, 불참석이 아니라 딸들의 참석이 선택이 며느리들의 참석이 의무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같은 사람이라도 딸일 때와 며느리일 때가 다르다는 것은 누구의 영향을 받을 수는 없지만 문제의식을 느끼고 두 개의 역할을 통일해야 한다. 하지만 각각의 역할에서 그것을 일치시키기란 현실에서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딸일 때는 친정이지만, 며느리일 때는 시댁이 된다. 친정과 시댁의 상황이 똑같은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도 불일치를 가져온다. 그래서 딸일 때는 친정의 며느리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며느리로서는 시댁의 시누이들과 맞추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하게 감당하고 있을 뿐이다. 엄밀히 말해 위의 열거한 행사들은 시댁의 형제 즉 7남매의 부모님과 가족들 행사이다. 다만 전통적으로 아들들은 농사일 등 사회생활에 전념하면서 딸들은 출가하여 멀리서 살고,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편의상 집안에서 살림하고 아이를 돌보는 며느리의 몫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며느리는 시댁이라는 가족이 유지되고, 다음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대우와 존중은 너무 비루하다. 익숙하게 당연하게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현재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며느리는 찾기 힘들다.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될 수는 있지만 그 기간은 인생이란 시간 속에서 길지 않다. 설사 아이만 키우고 살림만 전념하는 며느리라고 하더라도 당연한 의무로 생각하면 안 된다.    

  

지나온 25년은 익숙한 풍경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25년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다. 실은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당연하게 하고 싶지 않다. 바람이 있다면 당연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모든 것을 비판하고 때려치우려는 그런 이기적인 발상으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연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고 반발을 일으킨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시댁환장곡 35화 환상적인 시댁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