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찬 것들의 보이지 않는 손
만땅 화살표 쌀통에 가득한 쌀
고등학교 경제시간에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애덤 스미스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이루는 시장기능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이라고 설명했고 이 ‘보이지 않는 손’은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의 뚜렷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은 스미스가 바라본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장과는 달리 부의 분배와 복지를 위해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크게 작용하는 시장 경제로 변모하였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또는 빵집 주인의 자비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 즉 돈 벌이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스미스의 말처럼 시장기구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점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기심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나를 최우선으로 사는 것이 최고의 선은 아닐지라도 선에 더 근접해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며 시선이 간 계기판에 주유 빨간색 화살표가 ‘만 땅’에 가 있을 때, 저녁밥을 짓기 위해 쌀통을 열었는데 쌀통에 쌀이 그득 들어있을 때, 점심 식사 후 몰려오는 식곤증에 아이스커피를 위해 냉동실 얼음 통에 얼음이 가득일 때, 김치냉장고에 김장김치가 올겨울 김장때까지도 걱정이 없을 때, 화장실에 벗어놓은 안경을 내가 찾을 걸 알고 화장대에 올려놔 있을 때, 아침에 출근해서 책상에 작은 밀크 티 티백하나, 소분한 빵 한 조각이 티슈에 덮여 있는 것들을 보면 나는 ‘가득 찼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득 채운 것은 내가 아니라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내일 내가 주유할 것을 생각해 미리 채워주는 남편, 언제든지 쌀 걱정 안 시키시려고 미리미리 식구 수보다 더 많은 양을 보내시는 어머니, 안경 찾느라 집안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닐 것을 아는 딸, 함께 일하는 동료 등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보이지 않는 손’이다.
매일, 매순간 그 보이지 않는 손을 발견하지 못하고 나는 내 보이는 손만 보면서 나의 수고와 노력을 알아봐주지 않는다고 불평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길들로 내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온 하루는 차고도 넘친다.
난 오늘, 내가 발견하지 못한 ‘보이지 않는 손’을 찾으며 하루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