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대박이 날 줄 알았다. 그런 착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초반부터 조회수가 생각보다 잘 나왔기 때문이다. 업로드하면 일주일 안에 조회수 5,000은 그냥 넘었던 것 같다.
물론 올리자마자 화제의 동영상이 되고, 구독자도 몇 만 명씩 쑥쑥 돌파하는 유튜버들도 있다지만, 우리에게 그건 마치 '딴 세상 이야기'였다. 현실적으로 생각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차박 채널을 시작한 다른 유튜버들과 비교해 보자고. 그런 면에서 바바TV는 기타 다른 차박 채널에 비해 초반 조회수가 높은 편이긴 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영상들이다. 공통점이 보이는가?
일단 썸네일이 매우 촌스럽다. PPT로 만든 것을 캡처해 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쁜 폰트라도 써보겠다고 열심히 파일을 줍줍 하긴 했다. 그래봤자 결과는 별반 다를 바 없겠지만.
그러나 또 하나의 공통점도 있다. 바로 제목이든, 썸네일 이미지 안이든 무조건 '팰리세이드'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반에 '팰리세이드' 덕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2019년 당시, 현대에서 오랜만에 새로 출시하는 신차였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유튜브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어떤 검색어를 통해 바바TV의 영상을 보게 됐는지 경로를 알 수 있는데, 대부분 '팰리세이드'를 통해 들어왔다.
그 이후, 우리가 선점한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팰리세이드 차박'이다.
보이는 곳마다 모두 '팰리세이드 차박'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심지어 시장에서 냉면을 먹는 '먹방 영상'에도.
지금이야 차박이 흔하다지만 당시만 해도 '차박'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캠핑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신차로 차박을 하는 영상이라. 일단 차에 관심 있고,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팰리세이드', 혹은 '차박'을 검색했을 터다. 결과적으로는 그게 맞았다.
바바TV의 트래픽 소스 그래프이다.
우리 채널의 경우 '차박텐트' '팰리세이드 차박' '차박' '차박캠핑' '캠핑요리'와 같은 키워드로 많이 유입됐다. 당연히 영상의 방향성 역시 그 단어들에 집중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키워드 선점이었던 것 같다.
채널이 안정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어떻게 하면 영상 노출이 잘 될 수 있을까 골몰했다. 다른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며 나름 분석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한 가지 팁은 일단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를 최대한 제목 안에, 썸네일 안에, 태그 안에 넣는 방식이었다.
유튜브 검색창에 '차박'을 치면 그 아래 관련 키워드들이 주르륵 뜬다. 나는 어떻게든 바바TV 영상을 해당 키워드와 연관시키려 노력했다.
예를 들어, '차박 전수'라는 단어를 많이 검색한다? 영상 제목을 [차박 5년 차 유튜브가 전수하는 차박 꿀팁]이라 쓴다.
'차박 선배의 경험담'과 비슷한 느낌의 영상을 만들고 싶다? [차박 선배의 경험담 - 차박용품 뭐부터 사야 할까?]와 같은 콘텐츠를 기획하는 식이다.
그리고 나머지 키워드들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지만 혹시나 싶어 태그 안에라도 무조건 넣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무척 촌스러운 방법이다. 그래도 어쨌든 그 당시엔 나름 일리 있는 팁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검색량이 많은 단어가 포함된 영상은 유튜브 안에서도 노출을 많이 시켜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초반 1~2년은 영상마다 편차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조회수가 좋았고 꾸준히 구독자도 증가했다.
우리 채널의 조회수 상위 영상들이다.
공통점을 발견했는지 모르겠지만 '정리로 시작해, 정리로 끝나는 영상'들이다. 그러니까 영상 한편만 보더라도 차박 세팅에 대해, 텐트에 대해, 캠핑용품에 대해 알 수 있게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초보', '쉽다' '차박은 이것만' 등등의 직관적인 키워드를 썼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차박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아직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주로 영상을 검색할 테니, 그들을 위한 '맞춤 영상'을 제작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숏폼 콘텐츠가 뜨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변하는 콘텐츠 속도에 숨이 다 가쁠 지경이다)
어느새 사람들은 10분짜리 영상도 배속해서 넘겨보거나, 아예 미리 보기만 보고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도 숏츠 영상을 더 적극적으로 노출시켜 주는 것 같았다.
그즈음 우리 역시 초보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 위주로 '차박 tip'이라는 2분 이내의 영상을 제작해 꾸준히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영상들은 지금도 꾸준히 조회수가 잘 나온다. 이유는 분명하다. 여러 번 보기 때문이다.
2분짜리 짧은 영상이라 중간 광고도 넣을 수 없지만, 계속 올리는 이유는 또 있다. 대체로 이런 짧은 영상을 보고 만족한 사람들이 '구독'까지 눌러주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콘텐츠 덕분에 신규 구독자 유입이 많이 됐다.
2019년에 첫 영상을 업로드했으니 어느새 5년이 지났다. 지금은?
팰리세이드는 이제 새 차도 아니고, 차박도 더 이상 신기한 콘텐츠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바바TV는 그래프가 직선이 된 지 오래인 정체된 채널이 됐다.
최근 우리는 영종도로 이사를 왔다. 어쨌든 일 때문에 서울로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기에, 기름 값이 장난 아니게 많이 든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요즘 이슈는 '전기차'다. 당연히 전기차로 바꾸게 된다면 우리의 차박 스타일 역시 그에 맞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 차박' 역시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올라오는 콘텐츠다. 선점은 이미 불가능.
"요즘 흑백요리사가 대세잖아. 은바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예 이번 차박에서는 거기에 나온 편의점 음식을 만들어 볼래?"
"세종시 어디에 새로운 캠핑샵이 오픈했다던데?"
"저번에 쓴 매트 좋았잖아. 차박매트 특집편도 만들자."
기타 등등.
은바와 시간이 날 때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솔직히 말해 딱히 뾰족한 수는 없다.
이미 5년 동안 '팰리세이드'로, '차박'으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다 만들었다. 새로운 키워드 선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건 분명한데, 그게 뭔지는 아직 우리도 잘 모르겠다. 다만 '차박 채널'이라는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콘텐츠는 없나, 오늘도 끊임없이 고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