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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바 Oct 01. 2024

우리가 100만 뷰라고?

2020년 1월. 


2019년 봄에 차박을 시작했으니 벌써 1년이 지났다. 어느새 패딩 점퍼를 껴 입어도 추운 날씨가 되었다. 그러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추운 겨울에도 과연 차박을 할 수 있을까?'


전기를 사용할 있는 조건이라면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캠핑장을 이용하거나, 무시동히터 혹은 파워뱅크(용량이 큰 대형 충전기)를 사용 중이라면.


그러나 우리는 주로 노지로 차박을 다녔고, 파워뱅크의 경우 가격이 비싼 탓에 엄두도 못 냈다. 솔직히 말해, 거창한 장비 없이 쉽고 가볍게 차박을 다니는 게 우리의 컨셉이었기 때문에 별 흥미도 없었다. 


여러 책과 블로그, 다른 유튜버들의 영상을 참고하며 우리만의 '겨울철 차박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바로 우리의 40번째 영상 <무시동히터 No! 파워뱅크 No! 쉽고 따뜻한 겨울 차박 세팅>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상은 우리 채널의 첫 번째 100만 뷰 영상이 되었다. 


"이번 영상은 작정하고 제대로 찍을 거야."


은바가 짐을 싸면서부터 단단히 일렀다. 솔직히 나는 걱정부터 앞섰다. 1월이었다. 밖에서 차박은커녕, 딱 얼어 죽기 좋은 날씨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벌써 출발했는데. 백번 양보해, 추워 죽겠다 싶으면 다시 돌아오면 되지. 뭐 이런 마음이었던 것도 같다. 


3시간을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강원도 고성의 '송지호 해변'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날씨가 워낙 쌀쌀해서 그런지 차박하는 사람들은커녕 산책하는 사람도 없었다. 갈매기 마리만 겨우 백사장에햇볕을 쬐고 있는, 한적하다 못해 황량한 해수욕장이 보였다.


그러나 뷰 하나만큼은 기가 막혔다. 저번에 바닷가 앞에서 차박하겠다고 바퀴가 모래에 빠졌던 탓에 긴급출동까지 불렀던 것을 기억하며 최대한 조심히 차를 몰았다. 



이렇게 바닷가 바로 앞에 차를 세웠다. 


평소 카메라만 들이대면 즉흥적으로 말을 시작하는 은바도, 그날만큼은 메모장에 적어 놓은 대본을 열심히 체크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영상 컨셉은 명확했다. '어떻게 전기를 안 쓰고 동계에 노지에서 차박을 할 수 있는가.' 촬영을 위해 저렴한 장비 몇 개를 구입했고, 몇 개는 주변에서 빌렸다. 아직 겨울에는 차박을 해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았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까지 충실히 영상에 담아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촬영이 시작됐다. 


일단 우리가 정리한 동계 차박 세팅법부터.


1. 평탄화


차박을 하기 위해선 일단 평탄화가 우선이다. 뒷 열의 의자를 폴딩 하고, 그 위에 단단한 차박 매트를 깔아 간단하게 평탄화를 완성한다. 이후 침낭과 베개를 올려놓으면 끝. 


Tip) USB용 전기매트를 침낭 안에 넣어두면 매우 따뜻하다. 가격은 4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고, 보조배터리를 이용하여 사용하면 된다. 보통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한데, 그래도 추위를 많이 탄다면 핫팩을 발 쪽에 넣어두자. 생각보다 금방 따뜻해진다.



2. 캠핑용 난로 + 도킹텐트의 콜라보


우리가 따뜻한 동계 차박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텐트 안에서 난로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등유 난로인데, 캠핑용으로 나와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가격은 20만 원 대 후반. 그러나 아직 동계 차박이 우리에게 맞는지 잘 모르는 상태이므로 무작정 난로부터 사기엔 좀 고민이 됐다. 그런 이유로 저번에 비내섬 차박을 함께 갔던 민기에게 난로를 빌렸다. 


Tip) 요즘엔 캠핑샵에서도 난로를 대여해 준다. 일단 한번 써보고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동계 차박이 잘 맞아서 그 이후 바로 새로운 난로를 구입했다. 


난로를 놓기 위해 일단 도킹텐트부터 설치했다.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제법 불었다. 평소보다 팩을 더 많이 박았다. 텐트 안에 난로를 놓자 금세 훈훈한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Tip) 난로는 점화 30분 전에 미리 등유를 넣어, 심지가 충분히 적셔질 있도록 놔둔다. 이러면 불이 금방 붙는다. 그리고 텐트 안에서 점화를 하는 것보다, 밖에서 하고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기름 냄새가 난다. 그러니 일단 도착하자마자 난로에 등유부터 넣을 것.


Tip) 도킹텐트를 설치할 때는 스커트를 살짝 느슨하게 해 두는 것이 좋다. 충분히 바깥공기가 통할 수 있게. 겨울철 캠핑 때 질식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데, 대부분 추운 바람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스커트를 흙으로 꽁꽁 막기 때문에 그렇다. 자연적으로 계속 환기가 될 수 있게, 일부러 틈을 조금 만들어 놓는다.


3. 결로 방지


안의 온도와 바깥 온도가 많이 차이 나기 때문에, 차 안에 물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1열 좌석의 창문을 살짝 열어놓은 다음, 창틀 위에 세차할 때 쓰는 수건을 깔아놨다. 물론 이전에 해본 적이 없으니 일단 실험 삼아 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결로가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 


4. 그 밖에 유용한 물품들


충전식 타프팬 - 3만 원 대에 구입. 텐트 천장에 타프 팬을 걸어 놓으면, 난로 열기가 순환되어 차 안까지 퍼진다. 결론적으로 난로 하나 켜 놨을 뿐인데 모든 공간이 따뜻해졌다. 1~3단까지 조절이 가능하고 타이머 기능까지 있어서 좋다. 


일산화탄소 감지기 - 1만 원 대 구입. 난로를 쓴다면 필수로 구입해야 한다. 일정 수치가 올라가면 경보가 울린다. 잘 때는 머리맡에다 두고 잔다.


 

추가적으로 차 안과 텐트가 얼마나 따뜻한지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다이소에서 온도계도 구입했다. 


자기 전 마지막으로 체크한 내부 온도는 20.7도. 


심지어 안이 너무 더워서 양말도 벗고 잤다. 


아니, 난로 하나로 이렇게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솔직히 말해 집에서 떠날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였다. 동계 차박은 해본 적이 없으므로 모든 게 다 걱정이 됐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괜한 걱정을 했다, 싶었다. 생각보다 더 따뜻해서 모처럼 쾌적하게 1박 2일 차박을 보냈다. 


텐트 안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어묵탕도 끓여 먹었다. 밖은 찬 바람이 쌩쌩 불었을지언정 안은 너무 따뜻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 - 따뜻한 텐트 안에서 밖의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돌아오자마자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 


이상했다. 항상 꾸역꾸역 힘들게 편집을 해 왔는데, 이번만큼은 하는 나도 재미있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빠른 시간 안에 뚝딱 영상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가 구입한 제품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직접 겪으면서 알게 된 팁들도 정리해서 올렸다. 


무엇보다 영상의 컨셉이 명확하니 편집의 방향을 잡기 쉬웠고, 그동안 궁금해했던 걸 실험하듯 해보니 동계 차박이 생각보다 우리와 더 잘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직접 체험하면서 알게 된 작은 노하우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겨울에 차박을 떠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었다는 생각에 더욱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꼬치구이 집에서 신나게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은바가 갑자기 소리를 빽 질렀다.


"IC.....대박 사건!"


추가 골이라도 들어갔나 싶었다. 


"왜? 뭔데?"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인 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은바가 그제야 핸드폰을 앞으로 쓱 내밀었다. 



그 영상이 알고리즘의 수혜를 제대로 입고 백만 뷰를 기록한 것이다. 


작정하고 열심히 만든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기분이 이런 걸까. 우리나라 대표팀이 골을 넣은 것보다 백만 배는 좋았다. 


이로써 바바TV도 100만 뷰 영상을 보유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우리 스스로도 즐겁고 재밌게 촬영한 영상은 구독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봐주시는 모양이다. 우리의 소소한 동계 차박 Tip 영상은 올라가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말 필요했던 정보라는 댓글, 유용한 팁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댓글은 물론 조회수도 좋았다. 


그리고....


극한의 날씨에 은바가 차박을 떠나자고 말했을 때만 해도 '미친 게야?'라고 반문했던 내가 도리어 동계 차박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한파특보 날에도 못 참고 차박을 떠났다.
난로 위에서 고구마를 구운 다음 바깥에서 불멍하며 먹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도 산 중턱에 있는 캠핑장에서 차박을 했다.  


올해 여름이 무척 더웠던 만큼 겨울에도 평년보다 추울 거라고 하는데..... 어쩐지 나는 벌써부터 동계 차박이 기대가 된다. 물론 다른 계절에 비해 챙겨야 할 장비도 많고 신경 쓸 거리도 많지만, 그만큼 훨씬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게 겨울 차박이다. 


난로 위에서 끓는 주전자 소리. 달달한 고구마 냄새.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설산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텐트 위로 눈이 토독토독,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바깥에 눈이 쌓이면 발자국이 꾹 찍힐 만큼 그 위를 느긋하게 걸어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몰라도 어딜 가든 한적하다는 것. 캠핑장도 그렇고 바닷가도 그렇고 산 중턱도 그렇고 웬만하면 '전세 차박'이 가능한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따뜻하고 느긋하게 즐기는 동계 차박. 해본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이다. 올 겨울은 또 어디로 떠나볼까? 생각만해도 벌써부터 마음이 선덕선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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