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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Nov 11. 2022

비일상이 된 일상을 찾아서..

2022. 11. 08

컴퓨터가 고장 났다.  

휴대폰으로 글을 올려야 하는데 평소 카톡도 자주 하지 않는 나로선 난제다.

예전엔 폰을 매일 끼고 살았지만, 지금은 비일상이 되었다.


예전엔 뒷동산에 오르는 게 일상이었다.

뒷동산은 문도지오름이다

숙박을 업으로 하던 시절엔 종종 이곳에 손님을 데리가이드하곤 다. (생태 탐방)

그런데 어느 날부터 호젓한 기운이 사라져 발길을 끊게 되었다.


하지만 새벽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궁금해서 자전거를 끌고 해뜨기 전에 출발했다.

처음 오를 때는 나 혼자만의 산책길이었다. 그러나 먼 동이 터오자 차량 행렬이 줄을 잇는다.


이젠 자연도 패스트푸드인가? 

걸어야 옆 곶자왈 생태계도 눈으로 확인하고 놀라 뛰어오르는 노루도 만나고 하는데, 자동차 관광객이 늘고 나서 길이 파이고 야생동물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젠 제주도에서 비일상이 되어버린 것들이 많다.

예전 일기장을 꺼내 보는 이유의 하나다.


딱 이 모양 때의 일출이 좋다. 시지프스가 올리는 바위처럼 태양이 등선에 걸쳤을 때...
곶자왈이 광활하게  펼쳐져 한라산으로 이어지는 동안 건물이 없다. 문도지 오름만 한 곳이 없다.  원시의 제주를 상상할 때 이곳을 찾는다.
예전 가이드할 땐 종종 점프샷을 찍었다. 하지만 셀카는 처음... 일상이던 행적에서 낯선 경험을 하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어젯밤엔 리어카를 끌고 한라산 정상에 오르는 꿈을 꿨다.  

꿈에서 깨고 나니 예전 리어카에 살림을 싣고 혼자 산을 넘어 이사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최근 주위에 이사를 온 이웃을 보면 모두 돈이 많다.  

그중 제일 가난하다고 볼 수 있는 은퇴자는 부부 합산하여 매월 받는 연금만 천만 원을 넘는다.

그 정도면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셈인데 아직도 페달을 돌리느라 고생한다.

마을에서 위원장을 하고 싶어 반칙을 계산하고 거짓말을 일삼느라 아주 생고생을 한다.  

남편은 대기업 임원, 와이프는 대학 교수 출신이다.


제주에서 나처럼 참호를 파러 온 사람들이 살던 시대는 저물었다.  

나는 어쩐지 한 송이 가는동자꽃이나 상괭이가 된 듯하여 팔색조를 부른다

팔색조도 예전엔 매일 찾아왔는데 어느새 귀한 손님이 되었다. 결국 나는 팔색조를 만나지 못하였다.


지금의 일상을 견디는 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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