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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Dec 05. 2022

참호 일기

해커, 종말이 오고 있다.

2018. 1. 28. 해커, 종말이 오고 있다.


눈이 함박 내렸다. 눈꽃이 활짝 피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눈의 결정을 보며, 잠시 놀러 온 라오의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반짝이는 눈꽃의 숲 아래서, 반짝였던 라오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눈이 내리자 모로와 라네는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지나가는 차도 없고 공사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제주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았다는 것은 영하의 날씨라는 얘기다.

제주에선 언 땅 위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


봄이 오면 또 꽃들이 만발할 테다. 봄을 준비하는 소리와 자태로 풀과 나무들은 가슴이 부풀 테다.

영하의 바람을 견딘 생명만이 봄을 맞을 자격을 얻는다.


사랑하는 이의 영혼을 위해 맺힌다.





오늘 비밀 독서단이란 프로그램에서 “세계가 일본 된다.”라는 책을 소개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5년, 장기침체, 저성장의 늪이 곧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고 전 세계적 국면이 되므로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미래학 서적이다. (일본화, JAPANIZATION)

이제 고도성장은 끝.

저성장의 사회 속에서 내 삶은 어떻게 바뀔까?


이제 라오가 머물게 된 세상에선 성장이란 단어가 완전히 다른 의미임을 안다.

인간은 성장의 의미를 가장 졸속하고 저열하게 만들었다.

나무는 내버려 두면 가장 알맞게, 가장 아름답게, 가장 조화롭게 성장한다.

남기거나 저장하는 것은 모두 땅으로 내려, 본인과 다른 생명을 이롭게 한다.

사람만이 자신만을 위해, 과하게 저장을 하고 그 결과로 다른 생명들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었다.

아주 일부의 사람이 한 짓으로 모든 인류가 지구의 생명으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하지만 바뀌지 않겠지?

누가 봐도 지구가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알지만, 인류는 좁쌀만큼 바뀔 뿐이다.  


나도 아내도 한 달간 귀한 경험을 했지만 다시 제자리다.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선고를 받은 뒤 제주에 내려왔지만, 10년이 다 되어 가도 나에게 이식된 프로그램을 해킹하지 못했다.


세상에 아주 강력한 해커가 있어야 이 저열한 프로그램을 박살 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 악성 프로그램을 와해할 해커가 없다면, 리셋이 마지막 방법일 것이다.


벗이여, 종말이 오고 있다.  

종말은 희망이다.

새인류로 다시 만나자.


아이의 눈동자에 담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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