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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Dec 01. 2022

나란 사람.

2017. 11. 26.

2017. 11. 26. (BY 페이지 유, IN 제주도)

아내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풀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아내가 돌아와 볼에 뽀뽀하면 금세 풀리겠지?


아내가 곁을 떠난 덕분에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특히 관계에 대하여..... 

나란 사람은 만만한 사람.... 쉬운 사람, 금세 풀어지는 사람으로 대우(?) 받는 것 같다.

독서모임에서 질문 노트를 돌린 적이 있다.

그때 나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순수하다, 어린아이처럼 해맑다는 답이 예외 없이 돌아왔다.


아내는 이런 나를 이용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아내에게 작심하고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프라이팬의 묵은 때를 한 시간 동안 문지르면서 내 마음속에 어떤 생각들이 오갔는지.... 당신이 약속을 안 지키는 것에 대해 잊지 않기로 했어.

한 수 배웠다고나 할까? 세상을 무시하고 사는 거지. 무시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잖아.

무시하며 살면 세상 따윈, 옆 사람 따윈 아무것도 아닌 거지. 별 게 없는 삶이 될 수도 있지만 신경 쓸 것도 없는 자유의 삶. “   


그래도 역시 답이 없다.


연을 날렸나?
사원이라 못 받았나?


2017. 11. 27. (BY 페이지 유, IN 제주도)

꿈에서 인류멸망의 순간을 목격했다.

피부가 괴사 되며 죽는 이상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아내도 있었지만 그녀는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꿈에서 깨고 보니 아내야말로 가장 적절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직 나만을 위한 삶.... 말이다.


아무튼 해가 밝아오고 하늘이 다가왔을 때 오늘 유난히 아름다웠다.

내 꿈이며 아내와는 상관없이!


먹구름이 몰려오는 걸 모른 채 사는 게 나을까? 후회하게 되더라도 지금만 좋으면 되는 걸까?


그래서 볕이 좋은 날은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빨래를 하고 아이들 청소며 옷가지를 볕에 말려주었다.



2017. 11. 28. (BY 페이지 유, IN 제주도)

아내처럼 나도 즐기는 중이다.

그동안 우울하게 지낸 것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가 있기 때문이었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되든 남은 며칠은 나만 생각하며 지내보자 결심했다. 라네 라오는 엄마 모로가  보살피겠지.


오늘은 무명 서점에서 기획한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하는 날이다. (저녁 7시)

그런데 의욕이 앞서 너무 일찍 나오는 바람에 어디 머물 장소가 필요했다.

낯선 곳이라 일단 버스정류장에 앉아 다.


이곳 무명 서점이 위치한 시내는 여기저기 가게마다 술 파는 소리로 가득하다.  수월 다방이란 곳이 눈에 들어온다. 다방?

영화 같은 데 보면 그렇고 그런, 바로 그런 다방?

궁금해서 잠시 다방 문 앞에 섰다가 문을 열지 못하고 돌아섰다.

아주 예전부터 저런 곳은 왠지 무서웠다.

동시에 동경도 있다.

영화 속 장면에서처럼 건방진 자세로 앉아 아가씨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싶은 그런 동경.

하지만 왜 그런 동경을 품게 되었는지, 그 동경의 동인은 무엇인지 그게 더 궁금해져서 다시 버스정류장에 앉고 말았다.


좀 날아봐라, 좀


나는 언제쯤 싸가지가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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