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앞에서 (2022. 11. 24)
한라산 집으로 가는 길이 멀다.
북이 아니라 서로, 다시 동으로
열심히 날갯짓을 하지만
갈지(之)의 궤적을 그리는 까치를 보며
바람이 센 줄 안다
창문 앞에서
가끔은 내 접은 날개를 본다
아직도 바람을 모르는 날개는
평생 깃을 고르기만 했음을
어릴 때는 깃이 더럽고 무겁다고
지금은 깃이 절반이나 빠졌다며
접고 섰다, 창문 앞에서.
비가 내리면
젖은 돌이 되었다.
젖어야지 별 수 있나 싶었다.
귀만 열고, 눈과 입은 감춘 채 잠을 잔다.
창문 아래서
바람이 불면
춤추는 풀이 되었다.
어쩌란 말이냐, 바람이 부는데 나불대야지
탬버린을 두드리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창문 아래서
나는 분명
나 스스로 창문을 열 수 있었다.
바람을 느끼고, 날개를 펴고,
비 내리는 들녘에서 늑대와 춤을 출 수 있었다.
하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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