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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Nov 27. 2022

참호 일기

창문 앞에서 (2022. 11. 24)

창문 앞에서



한라산 집으로 가는 길이 멀다. 

북이 아니라 서로, 다시 동으로 

열심히 날갯짓을 하지만 

갈지(之)의 궤적을 그리는 까치를 보며

바람이 센 줄 안다 

창문 앞에서 


가끔은 내 접은 날개를 본다

아직도 바람을 모르는 날개는 

평생 깃을 고르기만 했음을 

어릴 때는 깃이 더럽고 무겁다고

지금은 깃이 절반이나 빠졌다며 

접고 섰다, 창문 앞에서.  


알 수 없지만, 2층 창문 앞에서 죽어 있었다. 


비가 내리면

젖은 돌이 되었다. 

젖어야지 별 수 있나 싶었다. 

귀만 열고, 눈과 입은 감춘 채 잠을 잔다. 

창문 아래서


바람이 불면 

춤추는 풀이 되었다.  

어쩌란 말이냐, 바람이 부는데 나불대야지

탬버린을 두드리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창문 아래서


나는 분명

나 스스로 창문을 열 수 있었다. 

바람을 느끼고, 날개를 펴고, 

비 내리는 들녘에서 늑대와 춤을 출 수 있었다.

하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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