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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Oct 28. 2019

빠른 변화에 몸을 맞춘다

[씨-멘트] '나영석'이라는 브랜드

나영석이라는 브랜드

레귤러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없는데도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케이블이기에 가능했다.
그것이 이곳 케이블의 장점이라면, 단점은 모든 것에 지나치게 변화가 빠르다는 것. 자칫 거기에 내 몸을 맞추지 못하면 시도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나영석 PD, 2013년 7월 인터뷰中)


지금껏 만난 가장 마음에 드는 인터뷰이를 꼽아보라면 그중에 한 명은 분명 나영석 PD일 것 같다. 예능 PD를 꿈꾸었던 마음이 사적인 존경심으로 형성되었을지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차치하고서라도, 그와의 인터뷰는 늘 뭔가 끝나고 나면 개운한 기분이 들곤 했다. 애매모호하게 돌려 답하지 않았고, (공개되지 않아야 할 이야기를 추후 논의해 제외하더라도) 일단 물은 것에 대해서 담백하고 솔직한 답변을 꺼내 주었다. 들으나마나 한 상투적 이야기나 동문서답인 경우가 아주 희박하니, 아무리 짧은 시간이 주어져도 의미 있는 인터뷰가 가능했다.


나영석 PD가 tvN으로 옮긴 이후, 가장 많은 횟수의 인터뷰를 진행한 이가 아마도 내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말고.)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가 정말 쉼 없이 공개되었을 무렵, 피어나는 의문을 빠른 시간에 해소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어느 순간 형성되었을 정도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만재도'로 가는 배에도 승선한 적이 있는데, 그 배에서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의 선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만재도 본 촬영에 방해되지 않게, 인터뷰 직후 목포로 곧장 돌아왔다.)

tvN 예능 '꽃보다 할배' ⓒtvN


KBS가 아직 tvN의 존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시절, 나영석 PD는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옮겼다. 일각에서는 그가 어마어마한 연봉 제안에 혹해서 그곳으로 옮겼다 추측했고, 업계에서조차 그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서의 첫 번째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만들고, 처음으로 했던 인터뷰에서, 몇 분채 걸리지도 않아서 그 의문은 아주 말끔하게 해소되었다. 여전히 프로그램의 '영속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한 10년쯤 우려먹을 수 있을 초강력 레귤러 프로그램을 고집하는 지상파의 집착은 좋아했다가도 금방 질리고 곧바로 또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의 욕구를 절대 만족시킬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벌써 6년이 지나버린 당시의 이 멘트는 <윤식당>, <신서유기>, <알쓸신잡>, <스페인 하숙> 등의 연타석 홈런을 통해 나 PD의 선택이 얼마나 옳았는지를 확실하게 확인시켜주고 있다.


인터뷰어의 질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그 능력은, 시청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된다. 자신의 고집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소통을 통하여 상대의 의중을 정확하게 헤아리는 것은 비단 예능 PD로서의 역량을 벗어나 웬만한 직종이라면 꼭 필요한 중요한 능력치가 아닐까. '인터뷰'의 경우라면 대충 뭉개서 던져놓은 답변도 인터뷰어가 공을 들여서 읽기 쉬운 형태로 매만져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사회의 업무 전선에서 맞닥뜨리는 일과 상황들은 결코 그럴 수 없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 '전달력'도 중요하다.




*[씨-멘트]는 최근 10년간 직접 만나 인터뷰했던 이들의 '멘트' 한 단락을 소환, 그것을 토대로 내용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말의 책]입니다. '말'이 가진 생명력이 물리적 시간을 초월해 오래도록 빛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see.ment]는 'OO 씨의 멘트', '멘트를 보다'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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