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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Nov 07. 2019

각자의 길을 걷는다

[씨-멘트] 현아는 현아다

이효리 선배님이 '버블팝' 무대 때 모니터링을 해줬다. 너무 굳어있지 말고 웃으면서 하라고.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비교되는 것 자체로도 영광이고, 또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냥 난 '포스트 이효리'가 되기보다는 '저건 현아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
(가수 현아, 2011년 12월 인터뷰中)


   취재를 나가서 현장에서 처음으로 마주했던 아이돌 그룹은 에프엑스였고, 처음으로 정식 인터뷰를 했던 아이돌 그룹은 포미닛이다. 기자 시절 초반의 대부분은 배우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기에, 한 명의 인터뷰이가 아닌 여럿, 그것도 에너지가 차고 넘치는 10대 멤버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을 때의 밀려온 엄청난 당혹감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 초조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자연스러움을 연기해보려 노력하였으나, 당연하게도 티가 났다. 그것도 아주 팍팍.


당시 포미닛 멤버들은 인터뷰 내내 진땀을 빼는 눈 앞의 초짜를 아주 신기하게(aka.한심하게) 쳐다보며 즐거워했다. 특히 현아는 아이스크림을 추가로 하나 더 주문해 시켜먹으며 눈앞의 광경을 즐겁게 관전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1시간이 훌쩍 지났다. (10년이 지나서 최근 그 당시의 타이핑 파일을 열어보니, 휴... 기사로 담을 만한 내용이 아무것도 없었다.) 포미닛 멤버들도 걱정이 되었는지.


"정말로 이렇게 인터뷰가 나와요? 계속 수다만 떨었는데?"
"그럼요. 충분히 잘 나옵니다. 제가 늘 하는 일인걸요."

새빨간 거짓말이다. 테이블에 앉아서 진땀을 흘리며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만 주고받는데 내게 주어진 한 시간을 몽땅 할애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인터뷰 기사를 위해 친구가 있던 타매체 인터뷰에 몰래 합석해, 기사거리로 쓸만한 내용들을 추가로 건져내고 나서야 나의 첫 아이돌 그룹 인터뷰 기사를 어렵사리 완성했다.

현아 ⓒ피네이션


다소 인간적인(aka.어설픈 초짜의) 모습을 들켜서인지, 이후 트러블메이커 인터뷰로 만났을 때도,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잠깐잠깐 마주칠 때도, 늘 현아는 아주 반갑게 맞아주던 기억이 있다. 혹시라도 내가 입고 있던 옷이나 스타일이 구리기라도 하면 왠지 모르지만 아주 심하게 구박을 해준 기억들도 아주 따뜻하게 남아있다.(내가 뭘 잘못했지...) 무대 위에서의 현아와, 무대 밖에서의 현아는 아주 정말 크게 다르다.


한동안 '포스트 이효리'로 모든 매체와 기자가 현아를 떠밀었던 때가 있다. 사실 현아뿐만이 아니다. 누가 나오기만 하면 기계적으로 '제2의 OOO', '포스트 OOO'를 갖다 붙이는 작업이 반복됐던 시기다. 당시 선배들은 "그렇게 해야 돋보일 수 있다. 그래야 본인들도 좋아한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이러한 '포스트' 수식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좋아했던 것은 포털이나 매체, 기자, 그리고 일부 기획사들이었다.


당시 현아는 '포스트 이효리'라는 수식어에 대해,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며 손사래 쳤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 '현아'로 빛나기를 간절하게 원했다. 벌써 8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현아는 이제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으며, 그 누구도 아닌 '현아'라는 브랜드가 되어서 돌아왔다.


현아는 현아다.




현아는 현아 #내표정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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