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 왔다. 선선한 바람과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여름 내 견뎌온 무더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캠핑족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산으로 바다로 떠나곤 한다. 하긴,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캠핑인구 700만 명의 캠핑 열풍 시대이니 놀라울 것도 없다.
언젠간 나도 캠핑을 가보리라 마음만 먹어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을 자랑하는 캠핑장을 보면 호기심이 생기고 갈수록 진화하는 멋진 캠핑카를 보면 '우와'하는 탄성부터 나온다. 밤하늘 가득한 별을 바라보며 불멍을 하는 로맨틱한 순간도, 캠핑의 재미 1순위 바비큐도 좋아 보인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캠핑이 영 당기질 않는다. 번거로워 보이는 캠핑 준비와 다소 불편한 잠자리가 가장 먼저 마음에 걸린다. 유독 깔끔 떠는 개인적인 성격 탓도 있고, 어린아이들 둘을 데리고 기꺼이 즐겁게 캠핑해 볼 용기가 아직은 선뜻 나지 않아서일 게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불멍과 자연을 가까이하는 로망을 가진 사람들은 캠핑족이 되는 것이고, 깔끔한 침구와 잠자리, 쾌적함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호텔족이 되는 것이니. 나 같은 사람들의 잠재적 시장을 고려한 것일까?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차박 캠핑과 바비큐를 하면서 호캉스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고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문이다.
우리 가족만의 가을을 즐기는 법
캠핑에 대한 부담과 아쉬움, 미련 등의 감정이 뒤섞여 차박 캠핑이라도 해볼까 고민하던 사이, 야외 활동하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 오고야 말았다. 그래서 이 가을, 급히 결심했다. 트렌드라고, 대세라고 해서 남들을 따라갈 필요는 없으니 우리 가족만의 가을을 나름대로 즐겨보기로!
서울이라는 큰 도심에서 비교적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감당할 수 있는 장소나 액티비티를 연구하다 '공원 투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공원 투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특정 공원(한강공원과 보라매 공원)만 정해서 다녔다. 이유는 집과 멀지 않아서다. 서울에 살면서 매일 지나치는 한강이지만,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을 느낄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던 '한강 유람선'도 탔다. 유람선을 따라오는 갈매기 먹이를 주기도 하고 유람선에서 보이는 서울의 뷰를 감상하니 매일 보는 서울이 아닌 듯 색달랐다. 게다가 한강공원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자전거와 킥보드를 탈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주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직 자전거 타기에 서툰 5살 둘째는 내가 시종일관 자전거 뒤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운행을 도와줘야 했지만 뭐 어떤가. 아이들이 즐거우면 나도 즐거운 걸로.
서울도 충분히 푸르구나
공원의 가을
게다가 요즘 공원들은 시설도 괜찮고 관리도 무척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곳곳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놀이터가 있다. 연못가와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만 보면, 여기가 시골인지 서울인지 헷갈릴 정도다. 서울 공원 투어의 단점을 굳이 뽑으라면 날이 좋은 날엔 낮이고 밤이고 사람들이 많다는 것. 서울 한복판이니 어쩔 수 없다마는 그래서 찾은 방법은 최대한 오전 일찍 공원에 도착해서 빨리 놀고 빨리 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몇 주를 보내고 나니 주말 공원 투어는 우리 가족의 루틴이 되어 버렸다. 햇살을 받으며 마음껏 바깥활동을 하는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아이들을 볼 때면, 비록 내가 체력적으로 지칠 때도 있지만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아마 날씨가 꽤 추워져서 바깥 활동하기 힘들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는 한 우리 가족의 공원 투어는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