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나의 이야기
지루하게 끈적한
축축함을 넘어선 음습함에
떨어지는 빗줄기와 같은 이치로 고개를 떨구고 걸었다.
잊고 있었던,
지난해 끊어진 대화가 생각났다.
멈추지 않는 비.
다시 며칠간 이야기가 이어진다.
쓸쓸함의 앙금과
외로움의 쓰림에 대해서 떠들어야지.
작정하고 쏟아지니
쉽게 토라지거나 금방 자리를 뜨지 않는다.
요란한 소리에 쉽게 퍼져나갈 일도 없다.
어제, 그리고 오늘
그리움의 개수만큼 떠들었고
빗줄기는 쉼 없이 들어줬다.
나는 이런 걸 시(詩)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