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브리핑과 식장 투어
결혼 브리핑과 식장 투어
'상견례'란 이름의 결혼 브리핑
강진서 농사를 짓는 시부모님의 일정, 서울에 사는 우리 부모님의 일정을 고려하니 추석 이후로 상견례 날짜가 잡혔다. 나나 남편이나 모두 광주에서 일하고 있으므로, 식장 등을 돌아보려면 이 지역에서 결혼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보통 양가의 거리가 멀면 식장과 거리가 먼 집 쪽으로 상견례 장소를 잡는다. 그래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의 한정식 집을 예약해뒀다.
그냥 같이 밥만 먹으면 되는 건데,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블로거들을 멘토 삼아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인터넷 찾아보니까, 상견례 선물도 준비하고 하던데... 우리도 그런 거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수제 과자부터 각종 차 종류까지, 열심히 훑어본 상견례용 선물을 메시지로 남편에게 공유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한참 후에 웬 PDF 파일만 답으로 보내왔다.
"이게 뭐야?"
"우리가 어떤 결혼을 할 건지 정리한 거. 상견례 때 이야기하려면 준비해야지."
PDF 파일에는 '가족만 참여하는 스몰웨딩',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는 결혼식', '예물, 예단 없는 결혼식' 등 우리가 큰 틀에서 합의한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이런 거는 부모님께 확인받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다가 부모님 생각대로 끌려가.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며, 남편은 선물도 따로 준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는 상견례야 말로 허례허식 없는 결혼식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의미 부여엔 도통 관심이 없는 그가 거의 처음 힘주어 말하는 바람에 깨갱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자기 부모님께도 그렇게 전달했다며, 우리 부모님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거야 오빠는 평소에도 자기 뜻대로 살겠다는 걸 어필해왔으니까 가능한 거지...' 싶었지만 일단은 남편의 뜻과 같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다 싶어 알겠다고 했다.
아, 물론 상견례 때 시부모님은 본인들이 손수 농사지은 귀리와 쌀 등을 건네주셨다. 순간 우리 엄마가 나를 확 돌아보는 느낌이 들었으나 애써 못 본 척 했다. 감사하고 죄송했다. 특히 결혼 준비에 있어 부모님과 충분히 대화해봐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는 사례였다. 그때는 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해서 나중에 더 난감한 상황이 생겼는데, 그건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한다. 아무튼.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날, 따로 마련된 공간에 두 가족이 드디어 마주 앉았다. 그동안 남편의 부모님을 안 봤던 건 아니지만, 막상 격식있는 자리에서 차려입고 만나니 또 새롭게 느껴졌다. 나보고 긴장하지 말라며 큰소리치던 남편은 자리에 앉자마자 긴장된 얼굴로 인쇄해 둔 파일을 주섬주섬 꺼냈다. 각자 적당한 멘트를 궁리하던 아버지들 눈이 동그래졌다.
"저희가 결혼식에 대해서 미리 이야기를 좀 나눠봤습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아이고, 준비성이 참 좋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갔지만, '스몰웨딩'이라는 글자에 부모님들 눈이 오래 머무는 것을 포착했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결혼식은 부모님 행사라는데, 가족끼리만 하는 스몰 웨딩을 과연 받아들여 주실까. 다행히 부모님들은 별 말없이 알겠다고 하셨다. 이내 소화하기 어렵지 않은, 가벼운 대화가 이어졌다. 부모님들은 서로의 자녀를 칭찬하는, 그러면서도 본인의 아들, 딸도 참 좋은 아이라는 이야기를 적절히 할 줄 아는 분들이었다. 두 가족의 아버지들은 소주를 조금씩 나눠 마시며 각자가 이해한 아들, 딸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사람의 결혼이 필연적인 이유'를 찾는 시간 같기도 했다. 그게 참, 감사했다.
식장 투어: 결혼식 미리 보기
부모님께 말씀도 드렸겠다, 이제는 행사를 치를 공간을 정해야 했다. 웨딩홀을 정할 때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참여 인원이다. 어떤 규모의 결혼식을 할 것인지 먼저 정해야 그에 맞는 장소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차피 가족만 초대할 것이었으므로 공간의 규모에 크게 제약받지는 않았다. 또 식전 촬영인 '스. 드. 메.'를 하지 않고, 간단한 스냅으로 대체하기로 한 터라 모든 일정을 잡아주는 웨딩 플래너도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플래너 없이 하다 보니 우리가 모든 웨딩홀을 전부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다. 하여 시민홀 같은 공공기관의 공간부터, 돌잔치용 뷔페, 웨딩 컨벤션과 홀 등을 전부 놓고 비교하기 시작했다. 50인 기준, 식대까지 300 만원 선으로 보자는 게 처음 계획이었다.
남편은 시민홀 같은, 공공기관에서 빌려주는 공간을 우선순위에 뒀다. 하지만 내부 장식을 따로 해야 한다는 점, 음식 등도 따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걸려 결국 포기했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공간을 대여하는 곳이 많이 없기도 했다.
다음으로 본 곳은 스몰웨딩 전용 레스토랑이었다. 스몰웨딩을 한다고 하니 '비싼 결혼식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스몰 웨딩 전용 공간들을 돌아보며 확실히 이유를 알게 됐다. 밥 값이 엄청나게 비쌀뿐더러, 예복 대여 등 옵션이 포함돼있지 않아 더 많은 금액이 들도록 설계돼있었다. 식사 비용으로 책정된 금액만 1인당 5~6만원씩으로 돼있었다. 이걸 적용하면 50인 기준 대략 500만원 선의 결혼식을 생각해야 했는데, 원래 생각했던 예산을 한참 넘는 금액이었다.
차선으로 돌아본 돌잔치용 뷔페는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천장이 낮고, 식장과 식사 공간이 같아 정신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누가 봐도 '가성비 갑' 같은, 건물 외관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건물 외관이 싫다', '천장이 낮다'는 이유는 남편에게 전혀 합리적으로 들리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에서 우린 또 수많은 대화를 했다.
나는 돈 없어서 스몰웨딩을 하는 게 아니라, 가족끼리 의미를 살리기 위해 스몰웨딩을 하는 거라고, 의미를 전하려면 좀 더 아름다운 공간에서 식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은 그럴 때마다 '사실 국밥집에서 결혼하고 싶었다'며 더 엇나갔다. 아니 국밥집에서 결혼식하는 건 대체 어디서 나온 생각일까. 축하해주는 분들께 따뜻한 밥 한그릇 드리는 게 결혼의 모습이니, 그래서 국밥집인가. 그를 이해하는 건 매번 새롭고 짜릿했다.
같은 대화가 반복되자 남편은 크게 한숨을 쉬고 한참 하늘을 보다가 말했다. "... 알겠어, 그러면 웨딩홀도 한번 둘러보자." 웨딩홀은 분명 우리가 생각하는 보증인원을 받아줄 리 없고, 가격도 비쌀 것이었지만 기분 전환 겸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당장 지역에서 손꼽히는 큰 웨딩홀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고,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