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주변에 소식을 전하는 일이었다. 본식에 초대는 못해도, 관련 내용을 직접 알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5명 이상은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니 고민이 깊었다. 남편은 주변에 양해를 구하고 메신저나 문자, 전화 등으로 소식을 알리겠다고 했다. 공무원들의 사적 모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간편한 방식으로 전달된 결혼 소식도 다소 수월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나는 상황이 좀 달랐다.결혼 소식이 알음알음 전해지면서 얼굴 보고 밥이나 먹자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본식에 초대를 못한다고 하니 더더욱 식사 약속이 많아졌다. 그래서 쉬는 날, 일하는 날 할 것 없이 점심과 저녁에 사람들을 만났다. 체력과 지갑 사정은 바닥났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다. 다만 얼굴까지 보고 이야기하는 마당에, 빈 손으로 소식을 알리려니 영 어색했다. 그건 내가 밥값을 내는 걸로는 해결되지 않는 허전함이었다.
결국 소량으로 인쇄한 가족용 청첩장 외에도 결혼 알림장을 100장가량따로 인쇄했다. 이중으로 돈과 시간을 들이게 된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할 수 있었다면 청첩장에 '스몰웨딩 관련 문구' 한 줄 정도만 넣었어도 됐을 텐데... 알림장을 건넬 때마다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 회사 동료들, 지인들에게 나눠줬던 결혼 알림장
청첩장과 알림장에는 '축의금과 화환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공통적으로 들어갔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단 소박한 결혼식이라면 당연히 화환은 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번 쓰이고 버려지는 화환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 우리의 결혼 소식이 '청구서'같은 느낌이면 어쩌나 우려도 됐다. 스몰 웨딩이 아니었다면 '와서 식사하고 가시라'며 청첩장을 줄 수 있었겠지만 그게 아니니까. 돈을 달라고 소식을 전하는 게 아닌데, 우리 결혼이 그런 식으로 생각되는 것도 싫었다. 또 결혼식에 참석하는 가족들에게만 축의금을 받는 것도 영 어색한 일이었다. 그래서 축의금이 없는 결혼식을 생각하게 된 거다. 우리가 엄청난 부자거나, 돈이 싫었던 건 절대 아니고.
하지만 이런 다짐은 별 의미가 없었음을 훗날 깨닫게 된다.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주변 지인들은 책, 방향제, 각종 커플 아이템들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어떤 선물을 줘야 할지 고민이 돼 더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들렸다. 사람 생각이란 게 거의 비슷해서, 겹치는 선물들도 꽤 많았다. 감사한 마음과 별개로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사람은 때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기꺼이 가벼운 부담을 진다는 걸 간과한 탓이었다.그렇다고 거절하자니 자칫 그 마음을 외면하는 것 같아 결국 모든 선물을 다 받았다. 친절한 거절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단걸 배운 시간이기도 했다.
스몰웨딩을 준비할 때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들
흔히 결혼은 신랑, 신부의 행사가 아니라, 부모님의 행사라는 이야길 한다. 그래서 이미 상견례 자리에서 우리는 축의금을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양가 부모님께서도 별말씀이 없으셔서 따로 여쭙지 않고 진행했는데, 막상 청첩장을 받은 시아버님이 맨 밑에 '축의금과 화환은 안 받는다'는 내용만 빼고, 지인 용으로 500장을 추가 인쇄해달라고 하셨다.퇴직하기 전에 마음 보탠 곳이 많다는 말씀이었다. 그 사정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어서 청첩장을 따로 제작해 보내드렸다. 그 결과 우리 예식장에는 남편 이름의 화환이 가득 찼으며, 아버님의 손님들도 오시게 됐다.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내가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못하겠더라. 진짜 미안해... 장인, 장모님도 오실 분 있으시면 초대하셔도 돼.."
남편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근데, 나도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아버지가 오지 말라고 하셨는데도 친구분들이 그러셨대. 그런 게 어딨냐고, 서운하다고 하셨다는 거야. 막기가 좀 그랬나 봐. 아무튼 미안해."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됐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 보증 인원에 맞춰서 식사를 준비하는 데 왜 미리 말씀을 안 해주셨는지, 또 이렇게 될 거였다면 우리 부모님과 지인들도 초대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이야길 친정어머니와 하면서 '엄마도 초대할 사람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하시라' 했더니 현명한 답이 돌아왔다.
"잔치집에는 사람 많은 게 무조건 좋아. 나한테도 친구들이 그러더라. 도둑 시집보내냐고. 근데 어차피 우리는 올 사람도 많이 없었어. 그러니까 딸아, 그런 건 크게 신경쓰지마. 그냥 기쁜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면 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유독 결혼 준비 때 더 힘을 얻는 것 같다. 우리 결혼에 대한 크고 작은 의견들과 감정들을 정리하다 보니 그랬다. 마지막 점심 약속을 끝내고 나니 어느덧 본식을 이틀 앞에 두고 있었다. 빨리 행사를 치러내고 싶은 마음과, 그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