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축의금은 결혼식 식사 비용이라고들 한다. 물론 실제로 그걸 밥값이라고 생각하고 내는 사람은 없다. 돈을 건네는 손에 이유가 생기고, 받는 사람도 부담을 덜 수 있는 인사치레다. 그런 과정을 알고 있으니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싶지 않았다. 물론 돈만 보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뭐랄까, 싫었다.
결혼 소식이 청구서 같은 소식이 되는 건 정말 싫었다!
아무튼 그래서 결혼 소식을 알리며 축의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물론 부모님들은 우리 부부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지만. 그거야 뭐, 부모님들이 알아서 하시겠다고 해서 더 이상 어른들한테까지 강조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답례품이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돈과 선물을 보내준 사람들이 있었다. 정말 고마웠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마음이 콕콕 찔렸다. 그런데 축의한 사람만 따로 챙기자니 정말 내 말대로 축의금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걸렸다. 차라리 모든 사람을 다 챙겨볼까- 내 결혼 소식을 알고 축하해 준 이들과 주변 사람 전부를 말이다. 그렇게 하자니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고.....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이직을 한 터라, 결혼 소식을 알린 전 직장, 현 직장 동료들만 백 여명이 넘었다. '신혼여행 전에 답례품을 준비해둬야, 출근할 때 선물을 나눠줄 수 있을텐데...' 고민이 깊어졌다.
남편에게 슬쩍 물어보니, 그는 아무것도 나누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미 주변에 신신당부한 탓에 받은 것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우리 신혼여행지인 울릉도에서 호박엿을 봉지째 잔뜩 사서 출근길에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배신자....' 고민은 분노로 이어졌다. 심지어 난 사람들이 보낸 따뜻한 마음들을 고스란히 다 받았다. 그러니 반드시, 보답을 해야만 했다.
생각지 못한 고난, 답례품 전달 무한 루프
결국 내가 연락처를 아는 사람들 위주로 1만원 상당의 커피 쿠폰을 보냈다. 편지에 가까운, 꽤 긴 감사 인사도 카톡이나 문자로 보냈다. 현 직장에 직급 높은 상사들한테는 울릉도에서 공수한 각종 나물들과 호박 젤리 등을 전했다. 효율로만 따진다면 정말 비효율적인 결정이었다. 감사인사 생각하느라 오랜 시간을 소비한 건 귀여운 수준이었다. 일단 돈 자체가... 답례로만 50만원을 넘게 쓴 것 같다. 아 물론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한 건 없으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였지만... 그리고 실물 답례품을 받게 될 사람들, 주로 직장 상사들이었는데, 나와 다른 사무 공간을 쓰고, 만나기도 어려운 분들이라 어떻게 물건을 전해야 할지 고민됐다.
실물 답례품을 전할 때는 작은 사건이 있었다. 직급 높은 상사들한테 선물을 전달하자 옆에 있던 다른 상사들이 돈 봉투를 건네기 시작한 것이다. "아, 내가 깜빡했는데...." 하면서 비밀 작전처럼 흰 봉투들이 전해졌다. 그걸 받을 때 나의 표정은 정말 웃겼을 것이다. 눈은 웃고, 입은 우는 모습이었을테니까. "아... 괜찮은데... 괜찮아요..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흰 봉투 몇 개를 들고 땀을 엄청나게 흘리며 뒷걸음질 쳐 나왔다. 손이 가벼워져도 마음은 계속 무거웠다. '아... 나는 드릴 게 없는데.. 오늘 퇴근하고 나서 뭐라도 사와야 하나.. 근데 그러면 또 그걸 전달하기 위해서 동료에게 잠깐 자릴 부탁한 뒤에 이 사무실을 돌아야 하고. 또 내 모습을 본 다른 분이 축의금을 주시고... 이러면 어떻게 하지.'
결국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어느 상사에게는 답례하지 않는 걸로 이 무한 루프를 끊어버렸다. 결혼식 한지도 벌써 몇 주가 지났는데, 답례로 결혼 축하와 감사 인사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생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합리화도 열심히 했다.
그 분들은 자기가 나한테 축의금 준 것도 기억 잘 못하실거야...
뭘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도 안 하실거야...
설령 내가 뭘 건네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으실거야...
... 다음에 경조사 있으면 꼭 갚아야지...
...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게 선의를 베푼 분들께 너무한 생각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런 방식보다 더 나은, 그러니까 내게 마음을 건넨 모든 분들을 서운하지 않게 답례하고, 나도 부담을 더는 방식이 있었을까. 한가지 확실한 건, 축의금을 받든 안 받든- 답례를 하든 안하든- 모든 일엔 그에 따르는 책임이 있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답례하지 않아 마음의 짐을 떠안거나, 답례를 전부 다 해서 많은 돈을 꾸준히 지출하거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산다는 것은
어떤 책임을 지며 살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일이구나.
스몰 웨딩을 준비하며 축의금을 받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