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돈으로 원하는 집 구하기

최소한의 돈으로 원하는 집 구하기

by 미지의 세계

어떤 건물에서 살림을 시작할 것인가


우리 부부의 우는 '어떤 건물에서 살림을 시작할 것인지' 정하는 데서 이견이 컸다. 일단 나는 거의 대부분의 삶을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래서 전세든, 매매든 신혼집도 아파트이거나 최소 아파트처럼 거실이 넓은 곳에서 시작하길 바랐다.


반면 남편은 아파트 주민이었던 적이 없다. 시 남편에게 아파트는 그저 관리비가 필요 이상으로 나오는 주거 형태였다. 게다가 그는 당분간 부동산을 소유할 생각도 없다. 그렇다면 전세뿐인데,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혼수를 사서 채워야 니 이사하려면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가 풀 옵션 빌라 선호했던 이유기도 했다. 일단 돈은 남편이 좀 더 보탠 상황이었으니 남편의 뜻을 따라 빌라 위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실 나는 집만 잘 구한다면, 아파트든 어디든 큰 상관없다는 생각이기도 했다.


전셋집이 귀한 건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일터에서도, 자기 전에도, 틈틈이 부동산 정보를 취합해 공유했다. 런 와중에 LH 행복주택도 열심히 알아보고 실제로 당첨까지 됐는데, 차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워 입주를 포기했다. 이후에는 시간 되는 사람이 여러 곳을 다녀오고 브리핑하는 식으로 집을 보게 됐다.


서로 차이만 확인한 현장 답사 브리핑

영화나 드라마에선 대낮에, 여유롭게 집을 보고 다닌다. 그러나 직접 집을 구해보니 그건 귀한 휴가를 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는 늦은 밤 집을 선택해 주말에 하루종일 짐 정리하는 중노동임을 깨닫게 됐다. 피이 쌓였다. 그나마 남편 퇴근 시간이 규칙적이었으므로, 남편이 집을 많이 둘러봤는데 반응이 늘 안 좋았다.


"네가 말한 집은 너무 더럽더라."

"거기는 집 위치가 모텔 바로 옆이었어."

"직장이랑 멀더라. 출근만 하루 종일 걸리겠어."



반대로 남편이 알아본 집은 내가 불만이었다.


"거긴 너무 좁더라."

" 너무 후줄근하던데. 답답하고."


매일 서로 싫은 소리를 하고 있자니, 이렇게까지 결혼을 해야 하는가 회의감이 들었다. 부동산 앱을 새로고침해도, 새로운 매물이 눈에 띄지 않자 말다툼은 더 격해졌다. 급기야 남편은 '차라리 각자 좋아하는 집에 따로 살자'며, 주말 부부의 좋은 점을 찾기에 이르렀다.



최적의 조건을 갖춘 대출 알아보기

상황을 바꾼 건, 남편이 받은 문자 한 통이었다. 전세 자금 대출과 그 이자까지 지원해준다는 지자체 사업이 있어 신청했었는데, 대상자로 최종 선정된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청년들의 거주를 지원하는 사업들이 많 걸 발견하고, 시청 누리집을 들락날락거리던 게 주효했다. 이자율이 가장 낮은, 좋은 조건의 대출을 받게 된 건 행운이었다. 리가 받은 건 최대 8천만원까지, 3만원대 이자만 내도 이용할 수 있는 대출이었으니 부담이 확 낮아졌다. 좋은 운을 타고 우리 관계도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서로의 요구 사항도 들어줄 마음이 생긴 것이다.


리는 그동안은 돌아보지 않았던 아파트도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봐야 1억이 조금 넘는, 30년 이상의 아파트들이어서 새 빌라보다 더 나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히 빌라촌보다는 주변 환경이 쾌적했고, 직장 주변에 아파트 매물도 꽤 나와있었다. 편은 약 아파트를 가게 된다면 가전 등은 최대한 우리가 쓰던 걸로 쓰자며, 예산 계획을 계속 고쳤다.


남향에, 최대한 덜 낡고, 벌레는 없는 아파트를 찾기 위해 근처 부동산에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우리가 원하는 방이 나오면 연락 달라고 먼저 연락처도 남겨두고 다녔다. 그렇게 수 주가 흐르자 마침내 한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20평 남짓에, 방 세 개가 있는 남향집이 나왔다는 거였다. 우리 상상보다는 소박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생긴 집이었다. 필수 요건으로 내걸었던 '거실'은, 비록 안방보다 작았지만, 소파가 들어갈 정도는 돼 보였다. '이거다!' 싶어 바로 계약하기로 했다.



"옛날 아파트라 그래."


안방보다 더 작아 보이는 거실이 신기해 엄마한테 말했더니, 시큰둥한 답이 돌아왔다. 예전에는 안방을 크게 빼는 게 유행이었다는 거다. 아파트로 이사 간다니 부모님은 내심 안심하는 눈치이면서도, 그게 몇 평짜린지, 연식은 얼마나 된 건지 시시콜콜 묻기 시작했다. 아파트 연식을 진짜 잘 모르기도 했거니와, 말해봐야 좋을 것 같지 않아서 눙치고 있었는데. 거실 이야기 하나로 엄마는 우리 집의 노후함을 단박에 간파해버렸다.


"비는 안 새나 잘 봐라."

"아휴 참, 비 새고 그런 집 아니야. 오래됐어도 깔끔해."


걱정 끼치기 싫어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집에 하자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벽지가 들떠있는 경우도 있었고, 창틀이나 문틀 시트지는 거의 벗겨져 있었다. 부엌과 거실 사이에는 페인트칠을 하다 말아서, 절반만 하얀 문도 끼워져 있었다. 옷방과 서재가 될 창문에는 빛바랜 알파벳 시트지도 붙어있었다. 여러모로 꿈꿔왔던 '감성 신혼집'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실제 입주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할 수 있는 한은 셀프 인테리어를 해보자고 다짐했다.



집 하자를 임대인에게 말 못했던 이유

'벽지 같은 건 집주인한테 한번 해달라고 하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집주인은 집 컨디션에는 큰 관심이 없는 임대인이었다. 갭 투자를 목적으로 집을 구매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임대인이 갭 투자자인지는 몇 가지 정황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우리 임대인의 경우는 1) 타 지역 거주자였고, 2) 전 집주인과의 매매계약을 우리 전세 계약과 함께 진행했다. 또 3) 계약을 하고 나서야 집을 둘러보며 '아, 방이 이렇게 생겼구나'라고 했다.... 임대인은 80년대 생으로, 우리 부부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친구 같은 사람이어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는 그 집에 저당 잡힌 게 있는지, 조건은 어떤지 등을 보고 들어간 거기 때문에, 그가 갭투자를 하든 말든 큰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인은 달랐다. 수수료가 높은 매매계약을 잘 성사시키기 위해, 그는 철저히 새 임대인 편을 들었다. 그래서 꼭 필요한 타일 공사 등만 진행하고 벽지는 말도 못 꺼내게 됐다. 조금 억울했다. 남편에게 더 강하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 '이미 계약할 때 충분히 말 해 봤다.'며 '어차피 우리 집이 아니니, 깔끔하게 2년만 살면서 돈을 모으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자'고 했다. 투자든 뭐든, 계약 확정 직전까지만 우리가 갑일 수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꼈다.


2년간 그냥 살다 나가기로 마음먹었어도 눈에 보이는 하자들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들뜬 벽지는 정리하고, 벗겨진 창틀을 시트 작업하는 등 최소한의 인테리어라 생각되는 것들만 내 돈을 들여 다시 했다. 페인트칠도 도전했었는데 기존 문틀 색과 차이가 나서 곧 그만 뒀다. 이 모든 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진행된 일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아무튼 집이 마련됐으니, 이제는 가전과 가구를 들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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