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서른넷에 산골짜기 펜션주인이 되었습니다.

by 소담

이팝의 힘인지 외국인 관광객이 최대치를 찍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개발도상국이라 스스로 일컫던 모습이 선한데 요즈음의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설기까지 하다.


펜션에는 전국에서 손님들이 왔었다. 지방에서 오는 손님들은 그 지역 오면 연락하라고 하며 가는 일도 꽤 있었다. 가끔은 심심치 않게 외국인들이 오기도 했다. 보통은 일행 중 한 명은 한국인이라 머리가 복잡해질 일은 없었지만, 그들이 묵는 동안 내내 손 붙잡고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진땀 흘릴 일도 꽤 있었다.




한 번은 미국인 할머니와 아들, 한국인 며느리가 방문을 하였다. 아들과 며느리는 미국 스타일인지 아직 신혼이라 그런 건지, 전혀 할머니 눈치를 보지 않고 둘만의 세상에 빠져 행복하게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미국할머니는 좋은 공기 마시며 산책도 한두 번이지 금세 지루해하다가 카페에 있는 나를 보고 눈을 빛내며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차를 마실 건지 물어보고 차를 가져다주었더니 그때부터 그녀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자기 고향이야기, 인생이야기를 해주었다. 지금은 어디다 두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녀는 내 손을 꼭 잡고 미국 올 일 있으면 자기 집에 꼭 오라며 주소도 적어주고 갔었다.


여행사에서 단체 손님이 온 적도 있었다. 겨울이었는데 태국(아마도..) 손님들을 모시고 오고 싶다면서 펜션 전체를 빌린 적이 있었다. 여행사 직원은 태국인 가족들을 잔뜩 데리고 관광이 끝나고 우리 펜션으로 왔다.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온 그들은 태국(아마도..)에서 입는 옷 위에 얇은 겉옷 하나만 입고 추운 한국의 겨울을 직접 맞닥뜨리고 있었다. 콜드라고 외치면서도 처음 느끼는 겨울이 신기한지 계속 밖에서 돌아다니며 웃고 있었다. 오히려 보는 우리가 걱정되어 담요란 담요는 죄다 가져다주며 걸치기라도 하고 다니라고 챙겨줬던 기억이 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왔던 부부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부인이 한국인이었던 이 부부는 잘 다니던(남편이 꽤 이름이 알려진 기업 ceo였다고 했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세계일주(!) 중이라고 했었다. 세계의 1/3이 넘는 나라를 이미 여행하고 중간 휴식으로 우리 펜션에 왔던 그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주며 꼭 놀러 오라고 했었다.


그 외에도 맨해튼에서 비욘세와 제이지 옆집에 산다는 부부도 있었고(그들도 주소를 적어주었다!), 네덜란드의 잘 나가는 웹툰작가도 있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아기까지 있는 가족 손님들도 적지 않게 왔었다.



이렇게 손님들이 곳곳에서 오다 보니 나중에 손님들을 만나러 세계일주나 아니면 우리나라 전국일주라도 하면 재미있겠다고 농담섞인 수다를 떨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주소까지 적어줬던 손님들을 찾아갔으면 어땠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펜션에 오기 전까지는 일면식도 없었던 우리에게 선뜻 주소를 적어주고 진심으로 놀러 오라고 말했던 그들은 어떤 생각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새삼 고마워 지기도 한다.


이제는 정말 만날 일이 없을 그들에게 모쪼록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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