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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y 08. 2021

어버이날엄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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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점부터 기념일을 기념일답게 보낸다는 것에 별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 날을 챙기기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이 버거운 거다. 그냥 하루하루의 일상도 버겁기 때문에.


어버이날이라 엄마 집에 왔지만 선물은 동생들에게 묻어가고 음식은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는다. 나도 언젠가는 기념일이라고 뭔가를 설레어하며 준비하는 때가 올까? 그만큼 마음이 편안해지는 때가 오긴 올까?


산기슭에 위치한 집 덕분에 지금 아카시아 향기가 한창이다. 향기를 맡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요 며칠 번아웃 상태였고 그런 상태가 되면 어디엔가 도피하게 된다. 대체로 '드라마'다. 3일을 드라마에 빠져있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드라마에만 쏙 빠져 있으면 어느 정도 정신적인 문제가 해소되고 무언가를 할 의욕이 생긴다. 이런 시점에 엄마 집에 와서 다행이다.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나는 잔소리가 너무 싫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뭔가를 충고하면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순종적인 이유가 잔소리를 듣기 싫은 이유가 크다. 우리 아이들도 그걸 닮았는지 잔소리를 질색한다. 하지만 내가 듣는 것과 아이들에게 하는 것은 달라서 가끔 잔소리라는 걸 잊고 혼자 떠들고 있다. 내가 싫은 건 다른 사람도 싫은 법인걸 머리로는 알건만.


어버이날이라 엄마한테 왔지만 엄마의 대접을 받고 있는 지금. 나는 언제 엄마를 대접할 수 있을지. 하지만 엄마가 해주는 지금은 어쩐지 즐기고 싶다. 대신 내가 해야 할 때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마음에 깊숙이 단단하게 쌓아놓아야 할 풍경이다.


어버이날, 엄마는 그래도 내가 있어서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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